"강자의 이익에만 봉사하고 가난한 사람, 소외된사람들의 억울한 사연을 외면한 일은 없었던가? 저는 그러한 일이 없지 않았음을 부끄럽게 여깁니다" 김경한(金慶漢) 서울고검장은 경합끝에 사시(11회) 동기인 이명재(李明載)변호사가 검찰총장에 임명되자 17일 미련없이 사표를 내고 30년간의 검사생활을 접었다. 신임 이 총장과는 고향(경북)도 같고 고교동창(이총장이 1년 선배)인데다 사시합격전 모은행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절친하게 지내고 차례로 서울고검장을 역임하는등 ''깊은'' 인연을 맺고있다. 작년 5월 사시9회의 신승남 대검차장이 총장으로 승진하면서 검찰내의 인사문제로 수뇌부가 고심하는 기색이 보이자 당시 서울고검장으로 있던 이 신임총장이 제일먼저 ''후배를 위해 용퇴한다''며 사표를 제출, 동기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이총장이 총장직을 맡아달라는 청와대측의 간곡한 부탁에도 ''검찰내에도 나보다더 훌륭한 검사들이 많다''며 고사한 것도 김고검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검사라는 직업은 본래 외로울 수 밖에 없는데 나는 그 외로움을 견뎌내지 못한나머지 마음의 형평과 판단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데 소홀히 했던 일은 없었던가? 저에게 그런일이 없지 않았음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2년 선배인 사시 9회와 함께 고등검찰관으로 승진할 정도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고 검찰내 요직을 두루 거친 김고검장은 이날 검찰을 떠나면서, 검찰이 오늘과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오늘날 우리가 겪는 검찰의 위기는 어쩌면 저를 포함한 일부 인사들이 옳바른 자세를 갖추지 못하고 그러한 소임을 다하지 못한데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인지도 모른다"고 참회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에머슨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의 한구절을 검찰식구들에게 남겼다. `내가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