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관련 연구기관과 남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내년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북한이 경제적 수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남북관계 진전에 응해올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여전히 유효한 북한의 카드로 내년도 남북관계의 중심고리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다음은 남북관계 및 통일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통일부와 연구기관, 그리고 전문가들이 본 새해 남북관계 전망이다. ▲통일부= 화해협력 기조를 유지하되 부문별 대화에 선별적으로 대응해 실리확보가 가능한 경제회담 등에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또 사회문화교류에서는 대규모 인적교류가 수반되는 이산가족문제 해결의 제도화 등은 기피하면서도 '이벤트성' 사회문화교류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주도해 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4월 15일을 전후한 김일성(金日成) 주석 생일행사 등을 계기로 남측 인사를 초청하는 등의화해제스처를 선전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안보연구원= 남북관계 소강국면 배경이 크게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한국 내부의 복잡한 정치일정 등으로 새해에 남북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북한이 금강산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열자고 전격 제의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평양서 열린 제1차 정상회담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어 단시일내에 개선되지 않는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가능성은불투명하다. ▲통일연구원 이헌경 연구위원= 반테러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악영향은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고 통일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햇볕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도 소강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또 순조롭지 못한 북미관계가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북한이고립을 원하지 않고 계속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실리차원에서 한국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연구위원= 남북한 양측 모두 관계증진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에 있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가닥을 잡으면 북미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북미 관계가 어느 정도의 냉각기가 지나면 남북한은 대화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 2월 하순까지 북미협상이 시작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월15일 김일성 주석의 90회 생일 이전 또는 늦어도 6.15 공동선언 2주년 이전에서울을 답방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 남북 당국의 의지가 남북관계 진전의 촉진변수가 될 것이다. 임기말의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역사적 평가를 위해서 화해협력정책의 가속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김정일 60회, 김일성 90회 생일 등 주요 정치행사를 치러야 하는 북한 역시 경제난 해소에 초점을 맞춰 남북관계 진전에 전향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도 남북관계의 주요변수로 북한은 2차 남북정상회담을 카드화해서 북한의 경제위기 해소를 주변수에 두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상관성 속에서 방문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단국대 정용석 교수= 새해 남북관계 기상도는 전년보다 더 흐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순수한 정부간, 기업간, 민간간 교류와 접촉은 기피하면서 남한내 적화토대구축을 위한 '연대연합' 접촉만 기도할 것이다. 또 8.15평축이나 노동자 단합대회 등 연방제 적화통일을 위한 선택적 접촉만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북한은 내년 지방선거와 월드컵 경기를 의식해 어떤 형태의 수를 쓸 수도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정세현 국정원장 통일특별보좌역= 북한은 새해 식량난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3∼4월경부터 유연한 자세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우리 경제사정이 호전되고 그 과정에서 북측의 대남기대가 충족되는 경우 북미관계와 무관하게 남북관계에서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분야에서 대남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북한으로서는 사회.문화분야 교류에 주력하면서 6.15 공동선언정신을 앞세워 통일운동을 촉진시키려할 가능성이 있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 김대중 대통령의 여당 총재직 사임은 남북관계를 정권재창출 문제와 분리시켜 민족적 견지에서 초당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것이다. 현시점에서 남북관계 타개에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지만 북측을 설득하기위해서는 금강산 관광문제를 원만히 마무리짓고 다음으로 남북협력은 전력분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남북 양측의 성의가 모여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킨다면 어디로 갈지 모르는 미국도 움직여 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