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키히토(明仁) 천황이 역사상의 한일교류 관계 등을 이례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키히토 천황은 자신의 68세 생일을 앞두고 가진 일본 기자단과의 사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 특히 과거 역사에 있었던 양국의 우호 교류사를 사례 등을 들어 자세히 설명했다. 그의 언급 중에서 단연 주목을 끄는 대목은 일본 천황가와 한국과의 연(緣)을 강조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역사학계에서는 천황가의 뿌리가 한국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널리'제기돼 왔으나, 일본 사회에서는 그같은 `연관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사실상 금기시돼왔기 때문이다. 아키히토 천황은 이 회견에서 일본 간무(桓武)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는 사실 등을 직접 언급하면서 한국과의 연을 강조했다. 간무 천황의 지시로 편찬된 일본의 `속일본기'(續日本紀)에 나와 있는 이같은기술은 오래 전부터 역사학계에서 회자돼 왔으나, 천황 자신이 천황가의 뿌리가 한국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스스로 공개석상에서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식자들은 아키히토 천황의 이같은 언급 배경 등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내놓고 있으나 천황이 한일 우호 관계를 강조한 것이라는데는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그의 발언은 과거 한일 양국의 교류 관계 등을 설명한 후 2002년 월드컵을 앞둔한일 양국 국민간의 이해와 신뢰 확대에 기대를 건다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이로 미루어 한일 양국의 정치 사회적 상황 때문에 월드컵 개막식 참석이 어렵게 된 점을 감안, 한일 우호 관계를 바라는 대한(對韓) 메시지로 일단 받아들여질 만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치적 의미 보다는 `상징 천황의 범위'내에서 한일 우호를 바라는 솔직한 심정의 표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특파원 y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