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2일 법인세율 인하 문제로 국회본회의가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겼다. 정세균(丁世均) 의원의 반대토론에 반발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단퇴장으로 예산안 처리가 불발된 데 대해 민주당은 "개인 양심에 따른 발언을 빌미로 한나라당이합의를 파기했다"고 비난했으나 한나라당은 "여당측의 계획에 따른 정략적 국회 파행"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 한나라당이 법인세법 1%포인트 인하 수정안에 대한 내부 반발에 직면하자 당초 자신들의 원안인 2%포인트 인하를 관철하기 위한 `술책'으로 예산안 처리를 무산시켰다고 주장하며 한나라당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상수(李相洙) 총무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세법 수정안에 대한 여야합의와 정 의원의 반대토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배경을 상세히 설명한 뒤 "소신발언을 빌미로 예산안 처리를 미룬 채 퇴장한 한나라당이 과연 국민과 민생을 위한정당이냐"며 `적반하장' `술책' 등의 표현을 구사했다. 이 협(李 協) 사무총장은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속좁은 정치를 한다는 비난이일고 있는데 그 정도의 해프닝을 갖고 (예산안처리 합의를) 깨면 어떻게 하느냐"고주장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정 의원 문제는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그렇게따지면 여야가 합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대해 반대토론한 한나라당 서상섭(徐相燮) 의원도 사과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격했다. 박종우(朴宗雨) 정책위의장은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같이휩싸여 (퇴장에) 참여한 것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면서 "연대장 비슷하게..."라고꼬집었다. ◇한나라당 = 예산안 처리 불발이 전적으로 민주당 책임이라고 비난하고 사과등의 전제조건 없이는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 수 없다는 강경자세다. 박승국(朴承國) 수석부총무는 이날 당3역회의에서 "정세균 의원이 느닷없이 반대토론을 하면서 여야가 법인세 개정안을 합의한 사실조차 없는 것처럼 얘기한 것은우리 당에 대해 잘못된 국민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아 퇴장했다"고 설명했다. 박 부총무는 "그래도 예산안과 법안을 처리해야 하기때문에 총무간 접촉을 통해민주당 이 총무가 사과하기로 했으나 여당의원들이 반대해 결렬된 것"이라며 "오늘이라도 총무접촉을 제의해오면 만나 논의하겠지만, 우리는 과거 안택수(安澤秀) 의원 발언때 총무가 사과했는데 민주당도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오을(權五乙) 기획위원장은 "여당이 우리가 서민에게 부담을 주는 당이라는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정략적으로 국회를 파행시킨 것"이라며 "정 의원 발언은 우발적인 게 아니라 철저한 계획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무성(金武星) 총재비서실장은 "법인세 인하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 8년간미국 경제성장의 기반이 됐는데 민주당이 우리 당을 `재벌 옹호당'으로 만들려는 것아니냐"고 여당측 의도를 의심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배신을 밥먹듯 하고 뒤집어씌우기에 명수지만 여야합의를 이렇게 내팽겨쳐서야 정상적인 국회운영이 불가능하다"면서 "성실한 해명과 사과가 없는 한 국회 재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선(先)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김범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