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신광옥 전 법무차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청구 소식이 알려지자 법무부와 검찰은 "또 다시 검찰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며 침통해 했다. 일선 검사들은 "검사가 검사를 조사하고 구속하는 일이 언제쯤 없어지겠느냐"며심한 자괴감을 토로했고 일부 간부들은 "대검 중수부장과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지낸핵심간부가 수뢰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것은 감당하지 못할 충격"이라고 허탈해했다. 신 전 차관에 대한 영장 청구가 불러올 이런 내부충격을 우려한 듯 검찰 수뇌부는 이날 마지막 순간까지 신 전 차관의 신병처리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전날까지 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벌인 마라톤 회의에도 불구, 결론을 내지 못했던 김대웅 서울지검장은 오전 10시15분께 대검으로 건너와 신승남 검찰총장과 40여분간 머리를 맞댄 뒤 가까스로 영장청구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경원 법무장관과 신 총장을 비롯한 법무부와 검찰 간부들은 수사팀의 보고를 받거나 영장 청구 소식을 접한 뒤 침통한 표정으로 굳게 입을 다물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와관련 대검의 한 검사장은 "검찰에서 오랜 세월 동고동락했는데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하루종일 신 전 차관의 신병처리로 술렁이는 분위기가 이어졌던 서울지검을 비롯한 일선 검찰청에서는 그러나 "법원의 최종판단을 일단 기다려보자"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검사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신 전 차관이 수차례에 걸쳐 2천만원도 안되는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대가성이 있었느냐에 대해 이론이 있을 수 있다"며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는 "후배검사로서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선배검사가 독직사건으로 사법처리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착잡한 심회를 누를 길 없다"며 "끝까지 귀추를 주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치욕을 느끼기 보다는 겸허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론'도소장검사들을 중심으로 만만치 않았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없도록 모든 검사들이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