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1일 "아시아와 유럽을 하나로 연결하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으로 '정보화 실크로드'를 구축, 'e-유라시아'를 실현하고 한국과 유럽을 육로로 직접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를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저녁 유럽의회 본회의장에서 '세계평화와 한.EU간 협력'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e-유라시아' 구축과 '철의 실크로드'가 완성되는 날 아시아와 유럽은 실질적인 하나의 대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이제 우리(한국과 EU)는 미국 일변도의 수출의존도를 줄이면서 별도의 활로를 열어야 한다"면서 "EU가 한국을 기반으로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의 거대시장에서 동반자적 협력을 확대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유럽의회 연설은 아시아 국가원수로는 처음이다. 김 대통령은 "빈곤과 문화적 갈등의 확대가 각종 과격주의의 원천이며 정보화와 세계화가 21세기의 세계평화를 해칠 수도 있다"면서 "EU 등 선진국들이 개도국의 정보화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야 하며 한국도 이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대통령은 "햇볕정책은 남북이 평화공존과 평화교류를 이룩하자는 정책"이라며 "우리 민족의 통일염원이 살아있는한, 그리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세계의 성원이 계속되는한 민족통일은 머지않은 장래에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날로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해 나감으로써 테러발생의 근원을 해소시켜야 한다"면서 "내년의 월드컵 대회를 세계평화와 인류의 안전을 입증하는 일대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은 이어 12일 새벽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과 한.EU 정상회담을 갖고 내년 9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제4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계기로 한.EU정상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EU는 현재 미국, 캐나다,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와 정례적으로 정상회담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EU와 정례 정상회담을 갖는 7번째 국가가 됐다. 회담에서 김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EU의 지속적인 지지와 협력, EU의 대한 투자 증대 및 한.EU 교역확대를 위한 집행위원회측의 협조를 요청했다. 김 대통령은 한.EU 정상회담을 끝으로 유럽순방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올라 12일 오후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스트라스부르=연합뉴스) 이래운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