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8일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에서 의원총회 등을 열어 막판 표결전략을 논의하고 의원들의 출결상황을 점검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검찰총장 탄핵소추안이 상정되는 본회의에는 참석하되 표결에는 응하지 않는 방식으로 탄핵안을 무산시키고 국민의 의사를 존중한 `정도(正道)의 정치'를 통해 원내 주도권을 되찾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의총에서 "교원정년을 연장하자는 오만불손한 한나라당의 입장이 국민여론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됐다"면서 "지난 '10.25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의 태도는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탄핵안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 "정도의 입장에서 우리당과 뜻을 같이 해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자민련 의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상수(李相洙) 총무도 "감정적으로 말하면 불법.위헌적인 탄핵안에 대해 표결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민생법안, 국회정상화 차원에서 분노를 머금고 (탄핵안이 상정되는) 본회의에 참석키로 했다"고 설명, 탄핵정국을 마무리 한뒤 민생정국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 이날 국회에서 당3역회의와 총무단회의 및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탄핵안 관철 당론을 재확인하고 소속의원 전원이 일사불란하게 행동하기로 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당3역회의를 직접 주재한뒤 비공개로 열린 의총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정도로 갈 것이며, 이런 방법이 미련해 보일지 모르지만 국민들이 옳게 평가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JP는 기교와 술수, 그리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지모의 정치를 누가 따르겠느냐"면서 "그러나 결국 공동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의원들의 행동통일을 당부했다.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우리당은 136명 전원이 투표해 탄핵안을 가결시킬 것"이라며 "본회의가 끝난뒤 탄핵안 처리 이후의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이 총무 주재로 총무단회의를 소집해 소속 의원들의 본회의 출석여부를 최종 점검했고, 와병중인 김태호(金泰鎬) 손태인(孫泰仁) 의원도 휠체어를 타고 나오도록 하는 한편 '검찰총장 탄핵소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논평을 본회의장 소속의원들에게 배포하며 '이론무장'을 시도했다. ◇자민련= 오전 국회 원내총무실에서 소속 의원 15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점검한 뒤 본회의장에 입장, 표결이 선언되자 전원 퇴장함으로써 이날 표결에 불참했다.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의총후 "우리는 총무 지휘를 따른다"고 말했고, 김 총무는 `전략이 뭐냐'라는 물음에 "그것을 어떻게 말하느냐"고 즉답을 피했으나, 김 총무는 전날 결정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 본회의장에 입장은 하되 표결이 선언되면 표행사를 하지않고 집단퇴장할 것임을 시사했다. 의총에 앞서 김 총재는 "(검찰이) 굉장한 자극을 받은 것만은 사실이니까 자기들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면 되고 우리는 공백을 둘 수 없으니까 (검찰총장 탄핵을)재고하자는 것"이라고 탄핵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김 총재가 "TV에서 (한나라당이 탄핵안 표결과 관련해) 자민련을 설득하고 있다고 그러는데 누구를 설득하겠다는 것이냐"라고 하자 원철희(元喆喜) 의원이 "저희들이죠"라고 받았고, 이어 조희욱(曺喜旭) 의원은 "이완구(李完九) 의원을 설득하고 있겠죠. (이 의원이) 표정관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농을 하자 이완구 의원은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김 총재는 이에 대해 "한 사람만 빼가겠다고 그러냐"라고 가볍게 받아넘겼다. 한편 최경원(崔慶元) 법무장관은 김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탄핵안 처리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회의 표결 = 개의 선언과 함께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은 의사국장의 9개법안 및 1개 건의안에 대한 안건 보고에 이어 "검찰총장 신승남(愼承男) 탄핵소추안을 상정한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 김용균(金容鈞) 의원의 제안설명 직후 무기명 비밀투표에 의해 표결이 시작되자 한나라당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민련 의원들은 전원 퇴장했으며, 민주당 의원들은 이상수 총무의 지시에 따라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민국당 강숙자(姜淑子),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요한 설득으로 표결에 참여했으며, 와병중인 한나라당 김태호(金泰鎬) 손태인(孫泰仁) 의원 역시 표결에 임해 눈길을 끌었다. 표결 종료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이 계속 자리를 지키자 한나라당 백승홍(白承弘)의원은 "투표를 안하면 국회의원 배지를 반납하든지 해야지"라며 따졌고, 정인봉(鄭寅鳳) 의원은 "총재직을 그만뒀으면 달라지는게 있어야지. 수구세력 아니냐", "민주당 개혁의원들은 다 어디갔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갑길(全甲吉) 의원은 "재판이나 받아. 다음에 공천받을 수 있겠어"라며 비꼬는 등 여당 의석에선 "자신이 없긴 왜 없냐", "너부터 달라져"라고 고함과 삿대질을 주고 받는 등 한동안 소란이 계속됐다. 또 이 의장이 "투표 안한 분은 빨리 하세요"라며 종용하자 여당 의원들은 "빨리(표결을) 종결하세요", "의장이 한사람 한사람을 챙기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항의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의장을 향해 "의장은 투표 안하느냐"고 항의했으며, 이 의장은 "이전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때도 밝혔듯이 의장은 중립이라는 점으로 분명히 말한다"고 못박았다. 이어 감표위원으로 선정된 민주당 고진부(高珍富) 김경천(金敬天) 김화중(金花中) 정장선(鄭長善) 의원이 투표에 이어 개표 과정에서도 참여하지 않자 한나라당이재오 총무는 "감표위원을 안낼 경우 가결되면 공정성을 시비삼아 무효라고 주장할것 아니냐"면서 절차상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감표위원이 안나와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국회법에도 명시되지 않아 잘 모르겠는데 통과됐다면 (민주당은) 승복할 것인가"라며 감표위원들의 참여를 독촉했다. 민주당 감표위원 참여여부를 놓고 여야가 약 20분간 실랑이를 벌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나갑시다"라는 이상수 총무의 지시에 따라 퇴장하자 한나라당 의석에선 "왜도망가나"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자 이 의장은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린다. 투표는 안하더라도 감표위원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개표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으므로 명패함과 투표함을 봉인, 영원히 보관한 뒤 국민과 여러분이 원할 때 언제든지 개봉하겠다"고 밝히고 산회를 선포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고형규 김범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