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는 4일 두 차례 간사회의를 갖고 예산안조정소위 구성문제를 논의했으나 정당별 위원배분 및 소위 구성을 위한 표결여부를 놓고 논란만 벌였다. 협상결렬로 소위 구성이 늦어짐에 따라 내년 예산안은 이미 법정 처리시한인 2일을 넘긴데 이어 정기국회 회기(9일)내 통과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이날 회의에서 여야는 자민련에 위원 1석을 할애한다는 데는 합의했으나 민주당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동수' 주장에서, 한나라당은 `한나라당 1석 추가배정' 요구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한나라당 간사인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더이상 소위 구성을 늦출 수 없는 만큼 표결을 통해 소위를 구성하자"고 주장했으나 민주당 간사인 강운태(姜雲太)의원은 "소위구성과 관련해서는 자민련이 민주당에 동조하는 만큼 표결시 양당안이 모두 다 부결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당초 "야당이 요구하면 위원장으로서 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던 김충조(金忠兆) 예결위원장도 이날 회의에서는 "제헌국회 이래 표결로 소위를 구성한 일이 없다.위원장으로서 부담스럽다"고 거부입장을 밝혔다.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 장관은 "올해도 지난해처럼 예산안 처리가 연말까지 미뤄지면 정부측의 예산집행계획 마련이 늦어져 사회간접자본(SOC) 조기집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협조를 당부했으나 여야 간사들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논평을 통해 예산안 심사지연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겼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야당이 내부적으로 혼선을 빚은 것으로 안다"며 "소위 구성이 늦어져 예산심의가 지연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니 야당이 빨리 내부이견을 정비, 예결위가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의석수에 따라 배분돼야 함에도 '여당 우선주의'를 고집하는 민주당의 조직이기주의적 발상 때문에 모든게 뒤틀리고 있다"며 "민주당이야말로 회기내 처리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이런 표면적 기류와는 달리 한나라당내 분위기는 다소 복잡하다. 전날 민주당안을 수용하고 회기내 예산안 처리 방침을 정했던 당3역은 이날도 이한구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당부했으나 이 의원은 계속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특히 이날 오전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통화에서 "예산안소위 구성문제는 원칙의 문제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보고했고, 이 총재는 이를 수용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특히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민주당 강운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당 예결위원들을 설득했지만 아주 강경하다. 잘좀 설득해 보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고형규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