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올해 종이생산 부문의 과학기술 행사를 개최하고 새로운 종이생산 방법을 개발하는 등 제지부문의 기술개발에 주력했다. 북한은 올 연초부터 '인민경제의 기술적 개건'을 중점과업으로 설정한 이래 과학기술부문의 육성을 위해 대외협력을 강화하면서 산업부문별로 전시회, 축전, 발표회 등 다양한 행사를 연이어 개최해 왔다. 특히 제지부문에서는 조선과학기술총연맹의 주최로 지난 9월 평양에서 '전국종이생산부문 과학기술성과 전시회 및 경험발표회'를 개최하고 종이 생산부문의 품질개선과 생산성 향상, 신기술 개발 등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제지부문은 그동안 구조적인 종이생산 부족과 종이제품의 지질 저하로 인해 교육부문은 물론 올해 본격화된 IT(정보기술)산업을 비롯한 다른 부문의 발전에까지 직, 간접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 80년대 이후 극심한 원자재난을 겪으면서 제지 원료로 옥수수대, 볏짚 및 갈대 등 주로 각종 잡풀을 활용함으로써 종이의 질이 매우 떨어진 수준이다. 게다가 기본 원료인 목재, 화공약품인 가성소다 등의 부족으로 생산량이 수요에 크게 못 미치는 상태이며 다수의 공장들이 원료난으로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운 실정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제지부문의 과학기술수준 향상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올해 나름대로의 기술개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평안남도 안주시의 `121호 공장'은 `열화학 파쇄 펄프생산공정'을 건립해 다양한 원료를 이용하여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펄프를 생산하는 방법을 도입하게 되었다. 또한 내각 과학원의 종이과학연구소는 미생물에 의한 종이생산방법을 개발해 화학연료를 절감하는 동시에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목질소(木質素)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식물학연구소에서는 지난 90년대 중반 각종 잡풀을 이용해 종이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지방공장들에 적극 보급, 종이 생산량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최근 제지부문의 기술개발 특징을 보면 옥수수대, 볏짚 등 비목재 원료를 이용하면서도 기술개발을 통해 지질을 향상시키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즉 종이원료 부족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다양한 비목재 원료를 적극 활용한 환경친화적인 방법과 새로운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생산공정을 단축시켜 에너지와 연료를 절감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개발 성과는 선진기술을 도입, 응용한 기술혁신 차원이라기 보다는 아직은 기존 기술의 개선 정도에 머물러 있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종이생산 능력은 27만t, 펄프생산 능력은 연간 36만t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올해 제지부문 기술개발에 큰 관심을 기울인 것은 두 가지 측면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은 제지부문의 신기술 개발을 통한 생산성 향상 및 품질개선으로 종이의 질과 생산량을 높여 나가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년도 김정일 60회 생일(2.16)과 김일성 주석 90회 생일(4.15) 행사 준비의 일환으로 보도, 출판물 수급을 원활히 하여 대내외적 선전 활동을 강화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상용기자 c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