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당국에 대해 주적 개념을 철회할 것을 요구해 왔던 북한이 돌연 이를 `애국애족적 개념'으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북한은 최근까지 김동신 국방부장관과 홍순영 통일부장관 등 관계부처 책임자들의 `주적'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구 시대의 안보론을 철회하고 동족을 놓고주적이요 뭐요 하는 소리를 걷어치워야 한다"고 강조해 왔었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 내각기관지 민주조선 최근호(11.23)에 실린 「반민족적인주적 개념을 고쳐야 한다」는 제목의 보도물은 주적 개념과 관련한 북한의 입장이 `철회'에서 `변경'으로 다소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민주조선은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 조건에서 반민족적이고 반통일적이며 외세의존적인 주적 개념은 우리 민족의 자주권을 짓밟는 외래 침략세력을 반대하고 민족적 화해와 단합, 통일에 이바지하는 애국애족적인 개념으로 바뀌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언뜻 미국이나 일본 등을 겨냥하라는 것으로 짐작될 수도 있지만 `외래 침략세력'을 꼽은 것은 포괄적인 주적 개념을 채택할 것을 촉구한 대목으로 일단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학계 일부에서 국방백서에 명시된 `주적' 개념이 남북관계에 따른 상황변화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제기되고 있는 `주적 개념 보완론'과 비슷한 주장이기도 하다. 세종연구소의 이종석 연구위원은 `정세와 정책'(세종연구소 발행) 11월호를 통해 주적 문제가 정치ㆍ이념적 갈등으로 확산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익명의 적으로완화해 표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적 개념을 고치라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주적 개념 철회론'과 사실상 같은 것이라고 해석하면서도 "주적 개념을 묵인할 수 있는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계기로 취해진 남한의 비상경계조치와 주적론이 남북한 간에 거론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북한이 주적 개념의 철회가 아닌 변경을 주장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기자 nks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