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가진 일련의 남북 장관급 회담 가운데 이번 제6차 회담에서 처음으로 구체적 합의없이 공동보도문조차 만들지 못한 채 결렬됨으로써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 개최의 장소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관측된다. 남측은 서울을, 북측은 금강산을 워낙 강경하게 각각 고집하는 바람에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렬과정의 외관상 이유일 뿐, 보다 큰 원인은 9.11 미국테러 사건이후 대화를 위한 북측의 의지부족에다 북측에 끌려다니는 듯한 남측의 전략 부재가한몫했다는 관측이 설득력이 있다. 이미 북측은 지난 10월 16-18일로 예정돼 있던 제4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을불과 나흘앞두고 일방적으로 연기하면서 그 근거로 `남조선에 조성된 정세'때문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남조선에서는 외부에서 벌어지는일에 턱을 대고 전군과 경찰에 비상경계태세가 내려져 예측할 수 없는 삼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그러한 분위기에서는 북측 이산가족들을 남측에 내려보낼 수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같은 논리는 남측이 한발 양보, 상봉장소를 평양에서 금강산으로의 변경을 수용한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그대로 투영됐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회담 첫날인 9일부터 내내 북측은 남측이 비상경계태세를 해제해야만 현안 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함으로써 남측의 비상경계태세 문제를 이산가족, 금강산 관광 활성화 회담, 경추위 2차회의, 7차 장관급회담 등 4개 현안 논의와 연계시켰다. 남북은 비상경계태세를 둘러싼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다 11일 밤에야 입장차이를좁히고 실질 논의에 겨우 들어갔지만 다음날인 12일에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등 `구태'를 재연해 회담 일정을 이틀이나 연장했다. 남북 간에는 한 때 내달 10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내달중 경협추진위 개최, 제7차 장관급회담의 서울개최 등에 의견접근을 이룬 듯 했으나 북측의 원칙적인태도불변에 가로막혀 회담이 결렬된 것으로 관측된다. 회담을 종료하면서 남측 회담 관계자가 "북측의 태도 변화를 당분간 기대하기어려워 보인다"고 밝힌 것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14일 귀환하는 설봉호 선상에서 이봉조 남측 회담 대변인은 "우리측 지역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북측의 인식에 변화가 없었다"며 "북측은 관행에 따라 당연히 남측에서 개최돼야 하는 회담을 금강산에서 열자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경복기자 kk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