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당 내분사태의 여파로 향후후보경선 일정 등이 짙은 안갯속에 빠져들자 대선준비 행보를 일단 멈추고 사태를관망하고 있다. 당초 이달부터 틈나는 대로 지방을 순회하려 했던 모 대선주자측 관계자는 4일"권력투쟁이 본격 시작돼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는 시계 제로인 상황에서 중앙무대를 비우기 어렵게 됐다"며 "지방행이 생각보다 뜸할 것"이라고 혼미한경선초입 국면에 대한 인식을 설명했다. ◇경선국면 조기돌입= 이번 내분사태는 후보가시화 문제가 현안의 하나로 불거짐으로써 내년 대선을 위한 경선국면이 사실상 시작된 셈이라 볼 수 있다. 최고위원들의 일괄사의 표명을 계기로 대선주자 진영간 `음모론' 논란이 일고있는 것도 이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특히 음모론을 제기하는 측의 정황논리가 서로 상충하거나, 갈등 당사자들에 대한 관측이 `청와대-이인제(李仁濟)' `이인제-한화갑(韓和甲)' 등으로 엇갈리는 점등도 피아의 구분이 어려운 상태이거나 혹은 갈등축이 여러갈래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태임을 보여준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5대 대선을 앞둔 당시 여권보다 2-3개월 앞서 경선정국에 돌입한 셈"이라며 `돌연한 사태'로 거쳐 경선구도가 사실상 시작됐다는 주장을 펴면서 "음모론을 제기하는 측도 특별히 음모의 증거를 발견했다기 보다는 여러모로 가능성을 짚어보는 차원일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 여권의 경선 정국은 쇄신갈등까지 겹치는 바람에 구 여권의 경선구도정립때 보다 훨씬 복잡다단한 양상을 띰으로써 경선관리자 입장에선 그만큼 신중한접근이 필요해진게 사실이다. ◇4자 연대설 = 최근의 내분과정에서 돌연 `4자 연대설'이 부상함에 따라 각 주자 진영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아직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개혁이념을 공통분모로 한화갑 노무현(盧武鉉)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 4자간 연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상대는 당내 선두주자인 이인제 최고위원. 한 위원의 대선도전 의지가 불변인 만큼 당내 2위를 주장하는 노 위원과 경쟁관계이지만, "동교동계 구파와 이인제 위원이 연대해 3,4월 전당대회에서 이 위원을후보로 조기선출하는 상황을 막는다"는 데는 이해가 일치한다. 그러나 노 위원측도 일단은 "후보선출 시기가 언제든 자신있다"는 입장인 데다노 위원과 김근태 위원간 관계가 나중에야 협력적으로 바뀌더라도 현재는 경쟁적이라는 점 등 4자 연대가 가시화되는데 난점도 만만찮다. 초재선 일부와 동교동 신파에서 이번 기회에 한 위원을 실세 대표로 앉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도, 1월 정기전당대회 개최여부와 개최될 경우 새 지도부외에대선후보도 선출할지 등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노 위원간 연대의 걸림돌로작용할 수 있다. ◇이인제 진영= 이 위원측 일부 의원은 `한화갑 실세대표론'이 `청와대 방치'의결과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이 위원측은 한 위원과의 경쟁 자체를 꺼리는 게 아니라, 대선주자인 한 위원이대표가 될 경우 경선구도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겨 `불안정하고 피곤한' 상황이초래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쇄신파의 `무질서한' 요구에 강력한 제동을 걸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 한광옥(韓光玉) 대표에 대해서도 내심 불안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그렇다고 개혁파에 의해 쇄신대상으로 지목되는 동교동 구파와 공공연히 연대를과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위원이 "평당원으로 국민상대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러한 상황을감안, 안개국면에선 일단 독자행보를 하는 게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것이 아니냐는 해석은 이래서 나온다. 이와함께 이 위원은 쇄신갈등과 정치일정 논란에 대해 "상황을 빨리 정리하라"고 청와대측을 압박하고 있다. 경선구도를 조기에 안정시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후보가시화 논의= 한광옥 대표는 일단 경선 관리의 책임을 맡고 있는 만큼 김대통령 의중을 받들어 후보 가시화 문제를 다뤄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인제 위원과 쇄신파, 동교동 구파 등 각 경선관련 주체들이 한 대표가 당 특별기구 구성을 추진하고 일괄사의 표명 사태를 빚은 최고위원간담회 소집 `의도' 등에 촉각을 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한 대표를 적극 지원.지지했던 동교동 구파의 한 의원도 최근 한 대표의행보에 심드렁한 반응을 보여 그 배경이 주목된다. 한 대표가 쇄신파들의 주장을 다스리지 않고 `질서있는 쇄신'으로 호응해주는 것에 대한 불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후보가시화 문제에 대한 논의는 결국 향후 쇄신갈등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논의될 전당대회 개최문제 등과 맞물려있고 당내 역학구도나 대선주자들의 입장도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좀처럼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사안이다. 따라서 후보가시화는 일단 한 대표가 김 대통령의 해외방문기간에 각 대선주자와 쇄신파 의원들을 두루 접촉한 뒤 7일 청와대 최고위원 간담회를 계기로 가닥이잡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기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