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간 20일 상하이 한일정상회담은 지난 15일 서울회담에서 논의된 합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진전시키는 현안 타결의 장이었다. 무엇보다 김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가 이날 회담에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꽁치분쟁' 등 7개 경제 및 외교현안에 대해 `의미있는 합의'를 이끌어낸 점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실질적인 성과로 꼽을 만하다. 우선 양국 정상은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역사기구 설치 문제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합의를 도출했다. 즉 이 기구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양국 정부가 지원해 나간다는데 의견을 같이한 것이다. 당초 우리측은 `정부주도'를, 일본측은 `민간주도'를 주장해왔으나 이번 회담에서 이 기구를 전문가 중심으로 하되 `정부가 지원한다'는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서도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진전된 답변을이끌어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사람이 부담없이 참배할 수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서울회담의 입장을 재확인한뒤 연내에 연구시설을 만들어 어떤 시설을 만드는게 좋은지에 대해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남쿠릴 수역내 `꽁치분쟁' 해결을 위해 외교.수산당국간 고위급 회담을 계속적으로, 적극적으로 개최해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모색키로 합의한 점도 의미가 있는 대목이다. 회담에서 김 대통령은 "꽁치문제는 순수한 어업적, 상업적 문제로서 영토문제와관련된 일본의 입장을 훼손할 의도가 없다"면서 일본측의 성의를 거듭 촉구했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이 가까운 시일내에 양국 영사국장 회의를 열어 한국인에 대한 일본 입국사증(비자) 면제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한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김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의 경우 일본인에 대해 30일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일본측이 상호주의 관점에서 한국인에 대한 일본 입국 비자면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비자 면제를 염두에 두고 검토해 나가되 ▲내년부터 입국사증의 대폭완화가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답변했다. 특히 일본측이 한국산 돼지고기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지체없이 문제해결을 도모해 나가겠다"면서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점이 주목된다. 아울러 양국 정상이 연내에 양국간 투자협정 서명을 목표로 노력해 나가기로 하는 한편 한일간 항공협력을 강화키로 한 점도 이번 회담이 이룬 결실이라 볼 수 있다. 이밖에 양국 정상은 테러근절을 위해 공동노력하고 APEC 등 국제무대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회담 결과에 대해 고위 외교당국자는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이 지난 15일서울 정상회담을 토대로 경제.통상 등 실질적인 협력분야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한데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가 서울회담에 이어 상하이 회담을 통해 경색된 한일관계의 해빙을 모색함에 따라 한일관계는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마련한 것으로 보이나, 양국관계의 순항 여부는 두 정상간 합의사항의 구체적인 실천여부에 달려있다는 관측들이다. lrw@yna.co.kr (상하이(上海)=연합뉴스) 이래운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