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사로부터 상봉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들은 뒤부터 밤잠도 못자고 기다려왔는데..." 북에 두고 온 맏딸을 만날 기대에 부풀었던 황선옥(79.부산시 수영구 광안2동)할머니는 12일 평양방문을 위해 아들 김기붕(56)씨와 함께 서울에 있는 둘째딸 순자(59)씨 집으로 올라가려고 집을 나서다 북측의 보류결정을 전해듣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황 할머니는 지난 47년 4월말 둘째딸과 당시 막내이던 돌잡이 아들 기붕씨만 데리고 남편과 월남하면서 곧 데려오겠다던 맏딸 순실(62)씨와는 지금껏 헤어져 54년의 세월을 보냈다. "당시 감기가 들어 몸이 불편한 맏딸은 평양 이모집에 남겨두고 부부가 어린 동생들 한명씩을 안고 월남하면서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그 약속을 54년이나 지난 지금에야 지킬 수 있게 됐구나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황 할머니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북측의 상봉보류 이유를 꼼꼼히 따져 묻던 황할머니는 "사정이야 어떻든 북한측이 상봉을 취소한 것이 아니라 보류했다고 하니 다시 만날 수 있는 희망은 분명히있지 않느냐" 며 "남북 양측이 정치상황이나 군사상황보다는 헤어져 지낸 가족들을생각해 한시라도 빨리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김상현기자 josep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