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YS) 전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가 7일 밤 YS의 상도동 자택에서 1시간10분간 만났다. 이날 회동은 김 전대통령측이 대전사범 총동창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전을 방문중이던 김 명예총재에게 전화로 회동을 제의해 이뤄졌다고 자민련 변웅전(邊雄田)대변인이 전했다. 변 대변인은 "두분이 오후 9시30분부터 10시40분까지 70분간 정치현안을 논의했다"며 "회동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YS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도 "회동내용은 잘 모르겠다"고 함구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정계개편 등 향후 정국변화에 대해 주로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JP는 지난달 24일 YS를 만났을 때 노란봉투에 담긴 문건을 건네줬다. 그는 "말로 하는 것보다 (YS가) 글을 보고 생각하는게 나을 것같아 내 생각을 정리해서 드렸다"고 정개개편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전달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당안팎에선 JP의 문건을 정독한 YS가 JP의 정국구상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 이날 회동을 제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회동이 공개적으로 이뤄졌던 지난번 회동과는 달리 은밀히 이뤄진 점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두 사람의 이런 행보는 차기대선을 앞두고 각자 영향력을 갖고 있는 부산.경남과 충청권의 연대를 통해 '반(反) DJ(김대중 대통령), 비(非) 이회창' 구도를 뼈대로 한 신당추진 구상을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다시말해 서로 손잡고 현재의 민주-한나라 양당구도를 흔들어 정치권 질서를 재편한 뒤 내년 대선에 임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 시기는 빠르면 연말이나 내년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두 사람의 최근 행보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우선 JP가 대구전당대회를 앞두고 장세동(張世東) 전안기부장, 정호용(鄭鎬溶)전국방장관 등 5, 6공 출신 TK(대구.경북)인사 끌어안기에 나선 것도 신당추진을 염두에 둔 사전정지작업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현 정국지형상 무주공산에 가까운 TK지역을 공략, 세불리기에 자신감이 붙을 경우 YS.JP 두사람간 연대를 통해 신당창당에 나선다는 얘기다. 이러한 구상에는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부총재, 김혁규(金爀珪) 경남지사, 이수성(李壽成) 전 총리 등 제3의 대선주자들을 합류시키는 방안도 당연히 포함됐을것이란 추론들이다. 이와 관련, 정가 주변에서는 두 사람이 신당추진 과정에서 당선가능성이 큰 제3의 인물을 내세워 확고한 '킹메이커' 역할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YS 역시 지난 4일 김덕룡(金德龍) 의원 등 한나라당내 민주계 의원 10여명과 만찬을 같이하는 등 PK(부산.경남)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공조붕괴 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당 구도가 10.25재.보선을 통해 굳어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이미 위상과 영향력이 축소되기 시작한 두사람이 그만한 동력을 얻기가 쉽지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지않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인 최이락 기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