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은 올해내 자신의 한국 답방이 이루어지려면 남북한 등이 "같이 노력해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말했다"고 한국주재 중국대사관의 리빈(李濱.45) 신임대사가 12일 오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달 3일부터 5일까지 북한을 공식 방문한 장쩌민(江澤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 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리대사는 전했다. 리 대사는 오는 16일 한국으로 부임하기에 앞서 베이징(北京)주재 한국특파원들과 베이징에서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여건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지,'같이'가 어느 측들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의 답방은 지난해 6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한 만큼 실현 가능성이 크지만, 문제는 양측이 공동의 합의를 추진해 나가면서 여건을 빨리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대사는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북한은 올해 벼농사가 지난해보다 잘 됐으며 금년 봄에 가뭄이 들어 옥수수 작황이좋지 않으나 옥수수는 북한 식량중 30%만 차지한다"고 말하고 "이때문에 앞으로 한달 동안 태풍의 영향이 없으면 올해는 식량문제가 크게 제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식량 사정이 좋아졌다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장 주석은 "한국 답방 문제를 비롯해, 남북한문제, 한반도 정세 발전 등에 대해 김 위원장에게 솔직하게 권유했다"고 리 대사는 말했다. 중국 전체 외교관들중 한반도에서 가장 오랜 기간인 21년 이상 체류한 리 신임대사는 "한반도 정세는 완화됐다고 볼 수가 있다. 장관급 회담이 열리는 것은 좋은징조라고 생각한다. 대화와 협력이 하나의 추세이다. 이에 맞게 인내성 있게 성실하게 대화해 나간다면 남북관계가 잘 진전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19년간 근무 또는 공부를 하고, 한국에서 94년부터 97년까지 2년6개월간 참사관으로 근무한 리 대사는 97년부터 이달 8일까지 평양주재 중국대사관에서 공사참사관으로 근무하며 장 총서기의 이번 방북 업무를 직접 처리했다. 그는 중국내 북한 탈북자는 5천명 이하로 생각한다고 주장하고 탈북자문제는 북-중간의 문제라는 종전의 중국측 입장을 되풀이 했다. 지난 92년 한-중 수교시에도 실무에 참여한 리 대사는 "내년이 한-중 수교 10주년인데 서울서 대사로 근무하게 돼 영광스러우면서도 어깨가 무겁다. 한국 여러 분야의 도움 밑에서 일을 잘 해나가겠다. 한국정부에 신청한 서울 소재 중국문화센터의 개관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대한 동시 다발 테러에 대해 "중국정부는 테러를 규탄하는 입장이다. 테러는 전세계의 규탄을 받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국비장학생으로 1972년부터 1976년까지 김일성대 조선어학과를 다닌 그는 담배는 하지 않으나 술은 조금 하며, 자녀를 두지 않고 있고, 시간이 나면 역사책, 소설책 읽기, 탁구, 배드민턴, 수영을 좋아하며, 한국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부인도 곧 다시 남편과 함께 대사관에서 근무한다. 3살 아래인 부인 천이빙(陳一빙) 여사가 한국에서는 김치 담그기를 배우도록 하고 자신도시간이 난다면 골프도 배우겠다고 리 대사는 덧붙였다. (베이징=연합뉴스)이상민특파원 smle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