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부터 단일학부로 신입생을 모집, 학부제를 시범 시행해온 서울대 자연대학(학장 박성현)의 경우 학부제 도입 이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서울대에서 열린 국립대 발전계획안 대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자연대 김우철 교수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학부제 시행이후인 96∼98학번 학생의 경우 93∼95학번보다 평균학점이 뒤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과학을 제외한 교양과 기초과학의 96∼98학번 평균평점은 각각 3.04점(4.3만점)과 2.85점으로 93∼95학번(일반교양 3.15, 기초과학 2.95)보다 0.1점 이상 낮았고 일반선택과목에 있어서도 3.05점으로 3.08점을 기록한 93∼95학번의 평균평점을 밑돌았다. 특히 이러한 학점 저하 현상은 자연대내 '기피전공'의 경우 뚜렷히 나타나 학부제 이후 첫 전공진입이 실시된 98년 이후 한번도 전공정원을 채우지 못한 천문과 지질, 해양 전공의 96∼98학번 평균평점은 93∼95학번에 비해 과목영열별로 적게는 0.07점에서는 많게는 0.8점까지 낮아졌다. 이러한 수업성취도 저하현상은 최근 심화된 신입생의 학력저하 문제와 맞물려 학부제 도입으로 전공진입 이전에 보다 많은 영역에 걸쳐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들의 강의부담 증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소위 인기전공에 선발되기 위해 재수강 등을 통해 전공진입 시기 자체를 늦추는 부작용도 발생, 올해 초 3학년 진학과 함께 전공진입을 하게 돼 있는 99학번의 경우 실제 전공진입률은 4분의 3이 채 안되는 74.4%(294명/395명)에 불과했다. 전공 지연 현상은 그 이전 학번의 경우에도 존재, 96학번 중 올해 1학기 현재 전공에 아직까지 진입하지 못한 경우가 8.6%나 된 것을 비롯, ▲97학번 14.6% ▲98학번 15.9% 등이었다. 김교수는 "몇 년에 걸친 자연대의 학부제 시행 경험은 서울대의 전면적 학부제 도입을 앞두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학부제의 원취지를 살리기 위한 적절한 후속조치들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