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가 5일 자신의 거취문제를 놓고 갈 지(之)자 행보를 계속해 '단칼(예스와 노가 분명하고 선이 굵다는 뜻)'이라는 별명을 무색케했다. 이 총리의 모호한 행보는 이날 아침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의 신당동 자택방문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총리는 전날 경기도 포천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대북포용정책을 적극 지지,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사퇴를 요구한 JP와 차별화하고 현정부의 국정운영을 상찬, '유임'으로 마음을 굳힌 듯 했다. 그러나 이날 아침 JP와 만난 자리에선 청와대로부터 총리직 유임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각료제청 등의 절차를 마친 후 당에 복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가 밝혔다. 이 총리는 그러나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돌아와 한광옥(韓光玉) 청와대 비서실장을 15분 가량 만난 것으로 알려져 다시 총리 유임쪽에 무게 중심이 쏠렸다. 이어 정부중앙청사로 출근한 이 총리는 기자들로부터 'JP에게 당으로 복귀하기로 약속한 게 사실이냐' 등 질문을 받고 "날 편안하게 내버려 둬", "아무리 물어봐도 난 대답할 게 없어"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 총리는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계속되자 귀찮은듯 "이젠 청사에도 나오지 말아야지..."라고 말하면서도 '당으로 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당에 갈 이유가 뭐가 있느냐"며 당복귀설도 부인하는 등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이 총리는 오전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부모대회'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방명록을 작성한 뒤 "이것이 총리로서 마지막 사인(서명)이 될 것"이라고 독백처럼 밝힌 것. 이에 한 여성 참석자가 '무슨 말씀이세요. 오래 하셔야죠'라고 하자 그는 "그럴리 없을 것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더이상 총리직을 수행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하지만 행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기자가 '총리로서 마지막 사인이라는 의미가 뭐냐'고 묻자 "그게 내가 결정할 문제냐"고 반문, 총리직 유임 의사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한 실장 등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그동안 수차례 이 총리를 면담, 유임을 요청했기 때문에 아직 유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면서 이 총리 거취문제는 더욱 아리송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정부중앙청사에서 이 총리를 만난 자민련 출신의 김용채(金鎔采) 건설교통장관은 "이 총리가 'DJP 공조가 깨진 것은 아쉽지만 JP뜻에 따르겠다고 명쾌하게 이야기했다"고 이 총리의 당복귀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청사 주변에서는 "이 총리가 유임과 복귀를 요청하는 DJP 사이에서 아직도 자신의 마음을 못 정한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