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4일 주요 당직자들에게 누누이 겸손을 당부하며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다. 이는 대치정국속에서 해임건의안 가결이라는 망외의 소득을 얻어낸 데다 'DJP공조' 붕괴로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절호의 여건이 생긴 데 따른 당내의 들뜬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호사다마'의 우를 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당 중진들은 해임안 가결 후 "이제부터 시작이며,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해, 해임안 가결로 정국운영의 한 축을 맡은 제1당으로서 한나라당의 책임이 가려지는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올랐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당3역으로부터 주요 당직자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해임안 가결을 놓고 승자니 패자니 하는 관점에서 보지말고, 이를 계기로 남북대화와 대북정책이 어떻게 정리돼야 하며,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에 초점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이 총재는 "우리 당은 모든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국회를 중심으로 여야대화를 회복하고 더욱 국민속으로 들어가는 국민우선의 정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 총재는 4,5일 잇따라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를 열 것과 국정감사 상황실을 개설할 것을 지시하는 등 국정감사를 비롯한 정기국회에 우선 매진토록 지시하는 한편 당직자들에게 `입조심'을 당부하며 함구령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일부 당직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영수회담 선제의'나 자민련을 위한 교섭단체요건 완화 시사 등 일련의 발언이 궁지에 몰린 여권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와 함께 여소야대라는 새 정치지형속에서 전개될 향후 정국 전망과 대책 마련을 위해 총재단.지도위원 연석회의를 여는 것은 물론 당외 인사들까지 만나며 의견을 듣는 등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향후 정국을 이해하려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여소야대를 각오하고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와 결별한 이유, JP가 소수정당으로 몰락까지 각오하고 여여공조를 깬 배경이 분명해야 하는데 아직 명확치 않다"면서 "이 총재는 당분간 여권태도를 주시하면서 여러사람을 만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기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