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여야 영수회담에 대해 재차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국민을 위해 중요한 국정현안을 논의하고 해법을 찾는 자리라면 언제, 어디서든 회담할 용의가 있다"면서 "그러나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줄 회담이라면안하느니만 못하다"고 말했다. 민생.경제난 등을 감안할 때 회담 필요성은 절박하나 여야 영수간에 신뢰가 구축되지 않을 경우 항상 `뒷끝'이 좋지 않았던 과거 7차례의 회담결과가 재연될게 분명한 만큼 여권이 회담성사를 위한 구체적인 `신뢰'와 `성의'를 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총재는 `신뢰'와 `성의'의 내용에 대해서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여당과 대통령은 잘 알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권철현(權哲賢) 대변인 등은 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친일파' 발언을 한 안동선(安東善) 최고위원의 사퇴인정 ▲대통령 사과 ▲ `막말' 발언 재발방지등 3개항의 요구가 관철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들 3가지 요구 가운데 이 총재가 특히 관심을 갖는 대목은재발방지 약속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부친에 대한 친일시비를 제기한 민주당 안 위원을 `소인배'로 지칭하는 등 강한 불쾌감을 표출,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는 "정치에 입문한 뒤 나의 가족에 대해 많은 허위 음해를 받았지만 이번처럼100살이 가까운 우리 아버지를 모함하는 것을 보니 분노를 넘어 슬픈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버지는 일제때 대학을 졸업하고 검찰에 서기로 취직한 이후 해방후에 검사에 임명됐다"며 "아버지가 일제때 친일행위를 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으로 공무원으로 곧은 자세로 주변에서도 칭송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 총재는 또 "현직 검사로 있으면서 말도 안되는 빨갱이 모함으로 구속돼 옥고도 겪다가 무고로 밝혀져 복귀됐다"며 "자기출세를 위해 남을 모함하는 소인배 때문에 고통을 받았고, 이번에도 소인배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격앙했다. 한 측근은 이에대해 "이날 간담회의 핵심은 친일 발언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총재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제의한 영수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야당측 요구에 성의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조건부 수용론'을 되풀이 한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 최이락기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