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7일 여의도에서 개최한 서울 시국강연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와 '차차기'를 의식한 중진들간의 연설경쟁이 불을 뿜었다. 우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홍사덕(洪思德) 전 국회부의장과 이명박(李明博) 국가혁신위 미래경쟁력분과위원장은 강연회를 예선 '전초전'으로 생각한 듯 이미지 부각에 역점을 두었다. 홍 전 부의장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金正日) 위원장간의 북러공동성명을 거론하며 대북문제에 중점을 둠으로써 `국제통이자 대북통'임을 우회적으로 부각시킨뒤 "우리 당의 언론자유수호투쟁은 구국투쟁"이라며 대여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명박 위원장은 자신을 "열사의 땅 사우디에서 동토의 땅 시베리아까지 경제를 위해 뛴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연설의 대부분을 경제문제에 할애하며 경제전문가임을 부각시킨뒤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국가혁신위를 만들어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준비를 하고 있다"며 향후 혁신위의 역할을 내세웠다. 서청원(徐淸源), 김덕룡(金德龍), 손학규(孫鶴圭) 의원 등 민주계 출신 중진들의 경쟁도 눈길을 모았다. 서 의원은 "8.15 경축사를 통해 영수회담을 갖자고 한뒤 하루도 안돼 여당 최고위원이 야당 총재에 욕지거리를 하는데 이래도 되는 거냐"며 대여성토로 일관했고, 손 의원도 현 정부의 개혁정책을 "엉터리 망국개혁"이라며 "한나라당이 진정한 개혁으로 민생을 안정시키고, 이 나라를 일등국가로 만들겠다"고 가세했다. 이 총재와 함께 입장, 눈길을 모은 비주류 김 의원은 "김 대통령이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며, 8.15 경축사는 사오정 경축사"라고 비판한뒤 미리 배포했던 연설문보다 톤은 다소 낮추면서도 "우리 당도 단순히 비판 야당에 머물지 않고 다시 한번 반성하면서 자세를 바로잡겠다"고 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맨 마지막으로 나선 최병렬(崔秉烈) 부총재는 더운 날씨에 청중들이 이석하자 "역사에 남을 연설을 준비했지만 생략하겠다"면서 "한나라당과 이 총재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이 난국을 앞장서서 돌파할 것을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기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