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에게 영수회담을 제의하고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지난 1월 이후 중단된 여야수뇌 대화가 8개월만에 재개되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9, 10일 여야 경제정책협의회 개최에 이어 이번 영수회담을 계기로 지난 5월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발표이후 총체적인 경색에 빠졌던 정국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나라당이 영수회담 개최 제의를 수용함에 따라 여야는 곧바로 민주당. 청와대와 한나라당간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의제와 시기 등의 사전조율을 위한 실무준비 접촉에 들어갈 방침이다. 회담 시기에 대해 여권 핵심관계자는 '정기국회 전'이라고 밝히고,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시간을 오래 끌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이회창 총재가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22일 귀국한 후 빠르면 내주말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야당이 '실질적인 성과가 있는 영수회담'을 주장하며 '충분한 사전조율'을 강조함에 따라 의제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 여권은 민생.경제와 대북정책, 정치개혁을 집중 논의, 초당적 협력에 합의할 것을 주장하는 데 비해 야당은 이에 더해 언론사 세무조사와 통일헌법, 3당 합당을 비롯한 정계개편 등의 정치쟁점도 논의하자는 입장이어서 절충결과가 주목된다. 여야는 특히 이번 회담후 민생.경제 등 일부 합의가 가능한 의제에 대해선 합의문을 내놓되 합의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선 양측의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달초부터 물밑접촉을 통해 영수회담 개최의사를 서로 타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국민은 대화와 화합의 정치를 목마르게 바라고 있다"면서 "이 자리를 빌려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와 영수회담을 갖기를 제안한다"고 여야 영수회담을 공식 제의했다. 김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서 오늘의 여야 정치권에 대해 얼마나 실망하고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는지를 잘 알고 있으며, 대통령이자 여당 총재로서 저의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는 것도 통감하고 있다"고 말하고 "우선 경제와 민족문제 만이라도 서로 합의해서 해결해 나가야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저는 이 총재께서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한다' '경제와 민생에 대해선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한 바를 적극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이 총재는 '민생경제와 대북정책 등을 비롯한 주요 국정현안을 대화를 통해 풀어보자는 진지한 자세라면 여야 영수회담이 의미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권 대변인은 이 총재와 상의한뒤 기자들에게 "이 총재는 영수회담이 실질적 성과를 이뤄내야 하지만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야당과 현격한 차이가 있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회담이 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는 생각"이라며 "그러나 이는 (회담에 대한) 조건부 수용이 아니라 일단 수용한다는 것"이라고 회담수락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민영규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