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4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강행과 관련,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하는 한편 최상룡(崔相龍) 주일대사를 일본 외무성에 보내 우리 정부의 강한 유감을 거듭 표시하며 항의했다. 특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강행, 역사교과서 문제 등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유감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져 언급내용이 주목된다. 정부는 또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에 총리출신 인사를 특사로 파견하는 안이 부상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와 관련, 일본이 한.중 양국에 대한 특사파견, 한일 정상회담 조기개최 등을 제의할 수 있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이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묵과할 수 없는 한일간의 중대현안"이라고 말해 일본측의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특사 수용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일본이 희망하는 고이즈미 총리의 조기방한이나 오는 10월 상하이(上海)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등 각종 국제회의 석상에서의 한일 정상회담 개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최성홍(崔成泓) 외교차관은 데라다 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거듭된 우려 표명에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것은 깊은 유감"이라면서 "특히 일본 총리가 세계 평화를 파괴하고 인근 국가에 형언할 수 없는 피해를 끼친 전쟁범죄자들이 합사된 신사를 참배한 것은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최상룡 주일대사도 일본 외무성 노가미 요시지(野上義二) 사무차관을 만나 신사참배 강행에 항의한 뒤 "고이즈미 총리가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한국의 국민감정을 존중, 양국 현안에 대해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측은 우리의 항의에 고이즈미 총리가 패전 기념일을 피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참배에 군국주의를 예찬하고 과거 역사를 미화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지나친 감정적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이날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공식항의한 이후 당분간 추가적인 조치 없이 일단 일본측 반응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주변국의 거듭된 반대에도 고이즈미 총리가 신사참배를 강행함으로써 상황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면서 "이제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일본이 모든 것을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