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남북 정상회담 때에 채택된 '6.15 공동선언'에 따라 두달 뒤인 같은해 8월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이 이뤄진 지도 1년이 지났다. 6.15 공동선언 이후 올 3월까지 모두 세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과 두 차례의 생사ㆍ주소 확인 및 서신교환이 이뤄졌지만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산가족 문제가 답보를 거듭하자 서영훈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지난 10일 남북적십자회담 제의 30주년을 맞아 성명을 발표, 적십자회담 조속 개최와 90세 이상 1천800여명의 상봉 또는 생사확인 우선 실시 등을 제안하는 한편 이 성명을 담은 서한을 북측에 보내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북측은 이에 대한 회신을 보내오지 않고 있어 북한 당국이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한 북한 당국의 입장은 지난해 8월 남한 언론사 사장단 환영 오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15 상봉에 이어) 올해는 9월과 10월에 매달 한번씩 하고, 내년에 종합검토해서 사업을 해 나갑시다"라고 말한 대목에서 엿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내년에는 이산가족들이 집에까지 갈 수 있게 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해 민족 최대의 비극이었던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큰 기대를 걸게 했다. 김 위원장이 말한 '종합검토'의 의미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산가족 문제가 지닌 '민감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뜻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또한 "이산가족 문제는 준비없이 갑자기 하면 과거와 같이 비극적인 역사로 끝나거나 다른 방향으로 가버릴 수 있다...동포애만 가지고 강조하면 안된다"는 김위원장의 발언에서도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북측의 조심스러운 접근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금강산에서 열린 제3차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남북한 양측은 올해 4월 제4차 회담을 열고 생사ㆍ주소확인 및 서신교환 규모 확대, 면회소 설치 및 운영등에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현재 이 회담이 언제 열릴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은 소강국면에 놓인 남북관계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한 북한측의 '종합검토'가 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게 한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기자 nks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