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가 13일 오후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했다. 이에앞서 총리관저는 고이즈미 총리가 패전 기념일인 15일을 피해 이날 오후 4시30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낮 총리 관저에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과 만나 야스쿠니 참배 시점에 대한 최종적인 조율을 거쳐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총리 취임 직후부터 일관되게 8월 15일에 야스쿠니에 참배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으나, 15일만은 피해달라는 최근 중국측의 요청을 받아들이는형식으로 이날 패전기념일에 앞서 참배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에 앞서 후쿠다 장관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종전기념일이 다가올수록 내외에서 나의 신사참배에 대한 찬반론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며 "이런 상황 아래서 종전기념일에 행해질 나의 야스쿠니 참배가 국내외 여러분에게 전쟁을 배제하고 평화를 중시하는 우리 나라의 기본적인 생각에 염려을 안겨주는 결과가 된다면 그것은 결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참배를 앞당긴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성명에서 "나는 상황이 허락하면 가능한 빠른 기회에 중국과 한국의 요로의 인물들과 무릎을 맞대고 아시아, 태평양의 미래와 평화, 발전에 대해 의견을교환하는 동시에 앞서 언급한 대로 나의 신념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한국, 중국과 관계복원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그는 "대전(大戰.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은, 우리 국민을 포함해서 세계의 많은사람에 대해 많은 참화를 안겨주었으며, 결국 아시아 근린제국에 대해 과거의 한 순간에 잘못된 국책(國策)에 바탕해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일으켜 계량할 수 없는 참해(慘害)와 고통을 주었다"며 "그 것은 지금도 타국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치유되기 어려운 상흔으로 남아있다"고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일본 총리가 재임중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는 1996년 7월 자신의 생일날야스쿠니에 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총리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또 이날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가 공식 참배성격을 띨 경우에는 지난 1985년 8월15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 이후 16년 만의 일이 된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을 감안, 방명록에 `내각총리대신'이라고 서명하면서도 공식참배인지, 사적참배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밝히지 않을 예정이며, 신도(神道) 의식도 피할 방침이다. 앞서 야스쿠니 신사측은 이날 오전부터 고이즈미 총리가 지불한 돈으로 만든 헌화를 신사 내부에 전시, 총리의 신사참배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yskim@yna.co.kr (도쿄=연합뉴스) 김용수.고승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