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올가을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각각 내부적으로 예산편성 전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내년엔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예정돼있기 때문에 이번 예산심의는 각당의 선거전략과 맞물려 어느때보다 격렬한 선심공방 등 진통이 예상된다. 여당은 이미 공약사업 실천 등을 위한 '충분한 예산'을, 야당은 '긴축 예산'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지방교부금이 포함된 추경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신경전은 이러한 예산공방의 전초전인 셈이다. ◇ 민주당 = 저소득층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사회복지와 소득분배 효과 등에 주안점을 두고 예산을 편성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내년이 이 정부 마지막 사업연도이고 지방선거와 대선 등 굵직한 정치일정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지지기반에 대한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는 10일께까지 각 부처 예산 요구안을 분석, 예산안에 대한 당입장을 정한 뒤 기획예산처와 정부 각 부처간 협의가 끝나는 중순께부터 정무, 경제, 사회문화 등 분야별 당정협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예산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당 정책위 관계자는 "경기악화 등으로 세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선심성 팽창예산으로 가긴 힘들 것"이라며 야당의 '선거용 예산편성' 공세를 사전차단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분야의 경우 지역보험재정에 대한 정부지원 50% 이행을 위해 올예산 6조2천억원보다 대폭 증액해야 하며, 교육분야도 교원증원, 교육여건 개선 등으로 증액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당 정책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당은 또 국방예산의 경우 전체 예산증가율 수준으로 증액한다는 원칙아래 전력투자대(對) 경상운영비 비율을 종전의 30대 70에서 35대 65 수준으로 조정, 전력증강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문화관광분야도 총예산 대비 1%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특히 문예진흥기금제도 폐지에 따른 손실예상액 750억원의 국고확보를 주장하고 있다. 환경노동 분야도 계속사업이 많기 때문에 각각 올 예산 1조4천억원과 6천400억원보다 증액해야 한다고 이들 분야 의원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만5세아 무상교육비 지원, 밭농업 유휴경작 보전용 지불비용, 기간국도건설 등 각종 신규사업 예산확보에도 주력할 방침이며, 중학교 의무교육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 시행, 건강보험재정과 농어업인 지원 등에 필요한 예산확보도 중시하고 있다. ◇ 한나라당 = 정부여당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겉으로는 '경기조절'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선심성' 예산을 남발해 전체 예산규모가 어느때보다 커질 것으로 보고정기국회에서 이의 차단에 당력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내년 물가상승률은 3%, 경제성장률은 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를 감안할 때 내년 예산증가율은 올해 본예산의 7%이내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추경안을 정기국회 이전에 통과시킬 경우 예산증가폭은 2-3%로 하향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못박고 있다. 이는 과다한 국가부채로 인해 재정팽창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경기불황으로 공적자금 회수가 부진한 데다 세수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긴축재정을 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경기조절을 위해 재정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정부여당의 논리에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진작은 현 시점에서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국가부채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대신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해 유동성을 높이는 한편 기업규제를 과감히 풀어 설비투자를 활성화하고 부실기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 투자장애요인을 제거, 금융경색을 시급히 풀어야 경기가 되살아 날 수 있다는 논리를 펼 계획이다. 김 의장은 "내년 예산은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투자와 각종 복지정책에 들어가는 비용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야당이 제출한 재정3법이 통과되면 국가부채를 단계적으로 2-3조원씩 갚아나가야 하기 때문에 여유가 별로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 자민련 = 민주당과 공조차원에서 협의를 거친 후 당 입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철희(元喆喜) 정책위의장은 "정부안을 놓고 민주당과 조율을 거쳐 당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정책공조를 하는 입장에서 제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국리민복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은 민주당에 충고할 것"이라고 `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구조조정을 계속해야 하고 경기부양도 해야 하는 복잡한 경제함수를 감안할 때 자민련 입장을 얘기하는 것은 당장 어렵다"며 "다만 침체에 빠진 정보기술(IT)산업의 위기극복을 위한 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인 고형규 민영규기자 sangin@yna.co.kr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