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6일 통일부, 외교부, 청와대를 중심으로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목적과 의미 분석에 나서면서 이번방문이 한반도 화해.협력정책 추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날 김 위원장의 방러 의미를 크게 3가지로 분석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대미, 대남 관계 진전을 앞두고 배후다지기 차원에서중국 방문에 이어 러시아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올 9월께로 관측되는 장쩌민(江澤民)중국 주석의 방북으로 북.중 관계를 다지면서 지난해 7월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답방 성격으로 이번에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한 것으로 관측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와 함께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간 회담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문제, 러시아제 탱크, 전투기 등 무기도입,북한의 전력지원 협력문제, 구소련 당시 누적된 채무상환문제 등 양국간 실질적인협력사안들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이같은 측면에서 이번 김 위원장의 방러가 우리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당시 스스로 `은둔자'가 아님을 밝혔던 김 위원장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를 방문함으로써 국제사회에 계속 모습을 드러내고, 나아가 개방된사회의 변화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러시아도 이번 김 위원장의 방러기간에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당국자들은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한편 정부 당국자들은 방러일정 시작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지난 1월 김 위원장의 방중 때와는 달리 상당히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지난주 모스크바에서 주한대사를 지낸 예브게니 아파나시예프 러시아 외무부 아주국장과 이수혁(李秀赫) 외교부 구주국장이 참석해 열린 한.러 국장급회의에서 러시아측이 김 위원장 방러일정 등에 대한 언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러에 때맞춰 이날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한승수(韓昇洙) 외교장관과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간의 한러 외무회담에서 러시아측이 김 위원장의 방러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회담 참석차 하노이에 체류중인 한 장관 등 외교부 고위당국자들은 서울에서 시시각각 전해지는 보고를 받고 긴급 구수회의를 여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