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오는 30일 부터 3박4일간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휴가지는 지난해 갔던 제주도나 강원도 용평 등이 검토되고 있지만 미정이다. 다만 이총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조용한 계곡이라도 찾아 가족들과 손자, 손녀들 크는 이야기나 하며 하루 이틀 한적하게 보내고 싶다"는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이 총재의 `희망사항'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가깝게는 언론사세무조사 문제를 둘러싼 대치정국과 정기국회 및 10월 재보선 등 하반기 정국대처방안, 멀게는 내년 대선에 대비한 구상 등 많은 숙제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 총재는 하계 휴가를 통해 가파른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세무조사정국에서 주도권을 어떻게 쥘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여권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언론탄압으로 규정, 내년 대선을염두에 두고 당력을 총동원한 대여공세로 맞서고 있지만 여권의 대응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답방가능성에 대비한 대북 입장 정리 및 정국영향에 대한 면밀한 평가도, 당장 8.15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초미의 현안이다. 이와 함께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도 내년 대선전 사실상의 마지막 정기국회로, 정부여당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정책대안 제시를 통해 수권정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전략인 만큼 이 총재에게는 기회이자 도전의 장이라 할 수 있다. 10월에 실시될 서울 동대문을과 구로 등 재보선도 내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띤 정국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준비와 고려가 필요한 현안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고착화되다시피한 '투사'의 이미지를 벗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창출, '큰 지도자'상을 부각시켜야 하는 과제도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 총재의 휴가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기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