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비례대표 배분과 1인1표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지난 40여년간 유지돼온 선거제도 골격의 일대변동과 그에 따른 정치구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헌재의 위헌결정에 따른 선거제도 변화는 3년후 실시될 17대 총선때부터 적용되겠지만 선거제도 변화를 감안한 정당간 제휴전략의 변화나 군소정당의 입지 확대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내년 대통령선거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선거제도 변화 전망 = 1인1표제하의 전국구제라는 현행 선거제도가 1인2표제하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바뀔 공산이 크다. 당장 민주당은 지난 16대 총선전 당론으로 주장했던 이 방식의 도입을 추진할뜻을 밝혔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헌재 결정에 불만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선거제도의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전국구제를 아예 없애면 1인1표제의 위헌시비를 피할 수 있으나 각계 전문가의 정치권 진출 창구로 활용돼온 전국구(비례대표)제도 자체를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1인2표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16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 99년 여야간 선거법 개정협상 과정에서 한나라당도 한때 1인2투표제를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러한 투표방식과 의석배분 방식의 변화 논의를 계기로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제기될 것이기 때문에 선거구제가 변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소선거구제는 농촌의 지역대표성을 감안한 결과 인구가 밀집한 도시지역 선거구와 비교할 때 인구대표성에 현격한 차이가 남으로써 위헌시비가 끊임없이 일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가 조기에 선거법 개정에 합의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역대 선거법 협상을 보면 여야 모두 제도변화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느라 예외없이 선거에 임박해서야 절충이 이뤄졌다. ◇ 정치권 구도 = 1인2투표제가 채택되더라도 비례대표 선출방식이 폐쇄형 정당명부식이 될지, 개방형 명부식이 될지, 혹은 전국단위가 될지 권역단위가 될지 변형이 많기 때문에 여야 정당관계자들은 섣부른 예단을 못하고 있다. 다만 군소정당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민주노동당 등 현 군소정당의 원내진출 통로가 넓어지고, 그에 따라 특정이념이나 이익에 기반한 군소정당의 창당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원내정당의 다양화, 군소정당의 난립 등 긍정.부정적인 측면을 함께 안고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군소정당 입지강화가 예상됨에 따라 당장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때 신생정당들의 출현을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 ◇ 지역구도 완화 = 지난 99년 선거법 개정협상때 여당총무로서 1인1표제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1인2표제를 주장했던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19일 1인2표제의 긍정적 효과로 지역구도의 완화를 제시하기도 했다.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현 정당구도에서도 영남에서 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이, 호남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이 각각 당선될 수 있어 정당의 지역분할 구도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 박 위원은 1인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독일의 경우 지역구 의원에대한 투표와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투표의 정당이 일치하지 않는 비율이 15%로 알려졌다며, "한국의 경우 이념투표 성향이 작은 점과 동양인 특유의 인정 문화를 감안하면 이러한 상이율이 30%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 정당제휴와 연합공천 = 1인2표제는 더 크게는 정당간 선거연합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지난 97년 대선에서 처음 시도된 정당간 연합인 DJP 선거공조가, 지난해 4.13 총선에선 민주당과 자민련간 이해의 정면충돌로 무산됐지만 1인2표제가 도입되면 정당차원에서 전국구 의석을 의식, 전국적인 득표율을 올리기 위해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내려는 '욕심'을 자제함으로써 연합공천이 더욱 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