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소유 은행의 민영화가 올 하반기 경제정책의 핵심화두로 등장했다. 정부는 그동안 내년말까지 정부소유 은행(한빛 서울 평화 경남 제주 광주)을 민영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줄기차게 추진해왔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약속 사항일 뿐만 아니라 공적자금 조기회수의 유일한 돌파구라는 판단에서다. 이같은 정부계획의 이행여부는 국회 소관상임위인 재정경제위원회 의원들의 입장에 달려 있다. 이와관련,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4,15일 양일간 은행법 개정의 키를 쥔 국회 재경위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정부소유 은행의 민영화와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재경위 소속 의원의 대다수가 정부소유 은행의 민영화에 적극적인 찬성(81.25%)의사를 갖고 있고,대기업의 은행업 진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62.5%)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주당의 김근태 정세균 의원,한나라당 임태희 의원등은 현재 국내외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들어 IMF와 약속한 은행 민영화일정을 재조정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소유 은행의 조기민영화=대부분의 여야 의원들은 '은행주인 찾아주기'에 찬성했다.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는 금융 자율화를 통한 책임경영 확립 및 관치금융 배제(한나라당 나오연 박종근),규제완화(민주당 박병윤),외국자본과 역차별 해소(한나라당 정의화 김동욱) 등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임태희 제2정조위원장과 민주당 김근태 정세균 의원은 '여건미성숙'을 이유로 민영화일정 유보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적자금 회수실적을 올리기 위해 민영화를 서두르는 것 같다"면서 "현 증시여건상 제값받고 팔기는 어려워 헐값매각 시비를 부를 수도 있다"고 반론을 폈다. 김 의원과 정 의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민영화에는 반대한다"고 강조한 후 "민영화 일정(2002년말)은 IMF와 협의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 찬성=설문에 응한 16명의 응답자중 10명이 대기업의 은행소유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제2정조위원장인 강운태 의원은 "소유제한이 민영화에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고 했으며,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자본시장의 발달로 자금조달을 은행융자에만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나라당 이한구 정의화 의원은 대주주간 상호 견제를 위해 5∼6개 대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공동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반면 민주당 김근태 정세균 이정일 의원,한나라당 임태희 안택수 의원은 "금융감독당국의 감독능력이 부족하고 구조조정이 미흡한 실정"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선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안마련 촉구='대기업을 통한 은행민영화'방안에 부정적인 의원들은 '개미군단(소액투자자)을 통한 민영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근태 의원은 '우리사주 조합' 형태를,이정일 안택수 정세균 임태희 의원은 '일반에 주식을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정 의원은 "종합주가지수가 1,000으로만 올라간다면 소액투자자들에 의한 자본조달도 가능할 것"이라며 증시호조에 큰 기대를 걸었다. 이에반해 김 의원은 "미국 경제가 후퇴조짐을 보이고 있고 아르헨티나등 중남미 국가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시장이 대규모 물량방출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의원은 금융업에 전념하는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김형배.김병일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