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20일까지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 3국을 방문하는 김영남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목적은 이들 국가와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의 외교소식통들은 지난달 김영남위원장의 3국방문 사실이 알려진 뒤 정확한 방문목적을 분석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결론은 공산권국가들간의 우호관계를 다지기 위한 의례적인 방문일 것이라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같은 결론은 이들 국가가 냉전시절 전통적인 우호국들이기는 하나 최근 들어서는 특별한 교류가 없고 따라서 현안도 없기 때문. 또 이들 국가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받아 국가경제를 꾸려나가는 상황이어서 서로간에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일정에 정상회담이 없이 공식환영식과 대표단간 접견 및 대표단간 회담만 마련된 것이나 기자회견, 합의문 서명, 공동성명 발표 등의 절차가 없는 것도 이번 그의 방문이 의례적인 것임을 말해주고있다. 3개국중 첫번째인 베트남 방문은 지난해 3월 백남순 북한외무상이 베트남을 방문하고 8월 응웬지니엔 베트남 외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했을때 상호 국가원수를 초청함으로써 이루어졌다. 당시 베트남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외적으로 국가원수격인 김영남위원장이 이를 대행하게 됐으며 그의 방문에는 지난 4월 베트남이 5천t의 쌀을 보내준데 대한 감사의 표시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일부에서는 최근의 홍수 등으로 인한 식량난 해소를 위해 추가로 쌀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으나 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9일 베트남 외무부도 외신들의 질문에 대해 "북한주민들의 어려움은 이해하나 쌀지원은 베트남의 상황과 능력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말해 무조건적인 지원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밖에 베트남에 대한 무기공급 가능성과 베트남의 남북한 대화 중재역할 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있다. 캄보디아의 경우 시아누크 국왕과 김일성 주석과의 관계가 있긴 하나 실질적인 전권은 훈센총리가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베트남과 같은 상황이며 라오스 또한 아직도 공산주의를 유지하고 있으나 북한과의 접촉은 미미하다. 따라서 외교전문가들은 김영남의 이번 방문이 미국과의 대화재개를 앞두고 우호국들과의 관계를 과시하기 위한 쇼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영남은 실제로 이번 방문에서 태국과 말레이시아도 방문한뒤 25일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안보포럼(ARF) 총회에도 참석할 의사를 비친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노이=연합뉴스) 권쾌현특파원 kh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