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이 최근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 및 검찰고발,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 황장엽(黃長燁)씨 방미문제 등에 대한 야당의 강경대응에 고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의 대여노선을 줄곧 비판해 온데다 특히 지난 5월말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약속 준수를 주문했을 때는 "차라리 여당과 합당하라"고 독설을 퍼부었던 점에 비춰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상도동과 이 총재간의 사전조율설은 물론 이 총재의 상도동 방문설까지 나오는 등 양측간 관계가 변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상도동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9일 "그동안 YS가 대여입장에 있어서 일관성을 유지한 반면 야당은 오락가락해오지 않았느냐"며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이 상도동쪽 노선을 따라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YS는 지난 7일 낮 박 의원을 상도동 자택으로 불러 최근 여당의 움직임을 보고받고 "이런 문제들에 대해 처음부터 제대로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이제 더 잘해야 하며 또다시 오락가락하면 안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상황만을 가지고 양측의 관계개선을 점치는 것을 다소 성급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박 의원은 "이 총재가 상도동을 찾는다면 정치원로 입장에서 여러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야당과 이 총재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보는 눈이 다소 달라진 면이 있지만 아직 근본입장이 바뀐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측근은 그러나 "상도동측과 사전에 의견을 교환하거나 조율한 바 없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이 총재의 상도동 방문도 현재로서는 계획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