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역사왜곡 파문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간의 논란은 근 1년전 지난해 8월 일본의 8개 출판사가 2002년판역사교과서 검정신청본을 문부과학성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4년마다 출판사의 검정신청을 받아 통상 1,2차 수정을 거쳐 검정 합격, 불합격 판정을 내리는 작업에 처음으로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라는 단체가 후소샤(扶桑社)라는 산케이(産經)신문계열의 출판사를 끼고 검정신청 대열에 뛰어든 것이 지금의 역사왜곡 파문을 잉태했다. 지난해 11월 일본 출판노조 등을 통해 8개 출판사의 검정신청본 내용이 알려지면서 지난 1980년대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일본 교과서 문제의 `악령'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새 교과서...모임'을 비롯해 기존 8개 교과서가 일제히 종군위안부 기술을 대폭 후퇴시키고, 아시아 제국에 대한 침략을 진출이라는 표현으로 바꿔치기하는 등 역사왜곡 논란이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의 주요 현안으로 등장했다. 올해 2월 한국과 중국 정부는 일본 문부성의 검정판정을 앞두고 `새 교과서...모임' 등 일본 역사교과서의 왜곡문제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2월 28일 당시 이정빈 (李廷彬) 외교통상장관이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한데 이어 3월1일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이 올바른 역사인식 가져야" 언급, 일본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이같은 한국 정부의 `주의와 권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지난 4월3일 `새 교과서...모임' 등 8개 교과서에 대해 검정합격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검정을 통과한 문제의 교과서 내용은 군위안부 문제와 아시아 침략사실에 대한 기술이 대폭 후퇴한 채였다. 일본 문부성의 검정 발표가 이뤄진 다음 날인 4월 4일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장관은 또 한번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검정결과에 항의했으며, 4월 10일에는 최상용(崔相龍) 주일대사를 일시소환하는 조치로 일본측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4월 11일 한일경제협회 회장단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일본 교과서의 수정을 언급했고, 곧바로 다음 날 정부내에는 일본 역사교과서 대책반이 발족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교과서 대책반은 지난 5월 8일 `새 교과서...모임' 교과서 내용 가운데 25군데, 나머지 7종 교과서 내용 중 10군데에 걸쳐 재수정을 일본측에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배기선(裵基善) 의원 등 여야 의원 4명이 일본 교과서에 대한 제조.판매금지 가처분신청 일본 법원에 제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일본 문부성은 한국의 강력한 반발이 계속되자 5월 15일 교과서 검토위를 발족해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의 재수정 요구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이처럼 한.일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 교과서...모임'은 6월1일종전의 관례를 깨고 문부성 검정통과본 교과서를 시중에 판매, 교과서 시장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세일즈활동에 돌입했다. 이어 6월14일 남.북한과 중국은 스위스 제네바 유엔인권위에서 일본 교과서의 역사왜곡을 성토했으나, 일본에서는 22일부터 예정대로 교과서 전시회가 전국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7월2일에는 `새 교과서...모임'이 난데없이 한일병합과 임나일본부설 등 9군데에 걸쳐 자율수정을 문부성에 신청했다. `새 교과서...모임'의 자율정정으로 교과서 논란이 잠재워지기라도 한듯 일본정부는 마침내 9일 "교과서 내용에는 사실상 재수정할 것이 없다"는 최종 입장을 한국정부에 전달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