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6일 군 수뇌부 골프파문과 관련해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과 조영길(曺永吉) 합참의장, 장정길(張正吉)해군참모총장 등에 대해 경고조치를 내린 것은 군의 사기와 국민의 비판여론을 함께 고려한 '고심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김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 상선의 영해 및 북방한계선(NLL) 침범 사건의 와중에서 불거진 군 수뇌부 골프파문의 처리 문제를 놓고 적지않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상선의 영해 침범에 대해 우리 군이 적절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하고 있는 김 대통령으로선 골프파문으로 군의 작전수행 성과가 희석되고 있는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은 영해침범 사건에 대한 군의 대응을 다시한번 적절했다고 평가, 군의 사기를 높여줌과 동시에 작전수행 과정에서 골프운동을 한 일부 군 수뇌부에 대해선 경고 조치를 내림으로써 비판여론을 잠재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 대통령은 군 수뇌부가 업무시간이 끝난뒤 골프 운동을 했고, 운동을 할 당시는 심각한 상황이 아닌데다 운동을 하면서도 작전을 차질없이 지휘한 점 등을 감안해 애초부터 군 수뇌부 등의 경질 등의 중징계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군에 대한 김 대통령의 변함없는 신뢰는 김동신 국방장관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우선 김 대통령은 "최근 북한 상선의 영해침범과 관련해 우리 군은 적절하고 합리적인 작전을 잘 수행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군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러면서 김 대통령은 "군 수뇌부가 북한 상선이 영해를 침범해 작전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지휘에 만전을 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골프운동을 계속한 것은 국방을 책임진 고위공직자로서 바람직한 자세라고 할 수 없으며 국민정서에도 배치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가뭄과 뒤이은 장마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상 안보를 책임진 군 수뇌부가 북한 상선의 영해침범 사건을 보고받고도 골프를 계속한 것은 비판받을 소지가 충분하다는 게 김 대통령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대통령은 영해침범 사건을 보고받고 골프를 계속한 뒤 합참본부의 작전상황실이 아닌 공관에서 지휘한 조영길 합참의장의 행동에 대해 "비록 관련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합참의장으로서 상황판단과 책무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야기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대통령은 "작전 진행중 이같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 있었던데 대해 엄중 경고하며 군 수뇌부는 금번 일을 계기로 심기일전해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고 군 수뇌부를 재신임함으로써 이번 파문을 둘러싼 더이상의 논란 확산을 차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