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4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겸 노동당 총비서가 "올해 안에 서울에 와야 한다"고 강조, '연내 답방'을 거듭 촉구했다. 김 대통령은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미 CNN 방송 회견에서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측에서는 '서울 답방'을 선언문에 넣지 않으려 했으나 내가 우겨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김 위원장을 상대로 직접 서울답방 일정을 밝힐 것을 요구했던 김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선언 내용 준수 의사를 재천명한 만큼 오는 것은 틀림 없고 금년내에 오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한 뒤 "미북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답방 가능성이 높아지고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통령은 이날 한국계인 달톤 타노나카 앵커가 진행하는 대담 프로인 'Talk Asia'에 출연, 김 위원장의 답방 전망외에 6.15 1주년을 맞은 소회와 김 위원장에 대한 인상, 노벨 평화상 수상 소감 및 각오, 교육 문제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다음은 대담 내용 요약. --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어떤 사람이라고 보십니까. 정치 지도자를 떠나 한 자연인으로 판단해본다면.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당.정.군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1인 지배체제의 리더인 것이 확실합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알려진 것과 달리 대단히 솔직한 편입니다. 개방적이고 남의 말을 잘 알아 듣고 그 말이 납득이 가면 즉석에서 받아들이고, 결단할 줄 아는 인물입니다. 이 점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에게 얘기했는데 지난해 북한에 다녀오더니 똑같은 소리를 하더군요. 지난 달 평양을 다녀온 스웨덴의 페르손 총리에게도 이 말을 했는데 다녀와서 하는 얘기가 같았어요. 이런 점에서 볼 때 김 위원장은 대화의 상대가 되는 사람입니다. 또 북한에서 국제사회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김 위원장인데 불행히도 그 밑으로 내려가면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 사로 잡힌 사람들이 있는 것 같고 이들이 국제사회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상하이도 가보고 해서 개혁.개방으로 나가려는 것 같은데 전체 국민이나 군부, 당료들을 교육, 설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 김 위원장은 CNN을 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NN을 통해 김 위원장께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김 위원장이 서울을 되도록 빨리 와서 우리 문제는 우리가 서로 협의해 한반도에서 평화와 교류, 협력을 증진시키는 문제를 발전시켰으면 합니다. 이런 우리의 노력이 또 북.미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될겁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제일 중요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을 가능한한 빨리 방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 위원장의 방문 시기는? ▲언제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금년내에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가족에 대한 사랑'이 북한에 손을 내밀 수 있었던 동기가 되었나요? 정치적 요인보다도 가족의 사랑이라는 것이 어떤 근본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족들과 지내면서 남북 이산 가족들을 생각할 때면 참 죄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이산가족간 생사조차도 모른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비인도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이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평양 갈 때도 최종 목표는 남북이산가족의 상봉이나 소식을 듣는 문제였습니다. -- 노벨평화상 수상 소감은. ▲아내와 얼싸 안고 좋아할만큼 무척 기뻤었죠. 노벨평화상을 받기까지 가족이나 동지들은 물론 내가 모르는 민주 투사들까지도 피와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이 (노벨평화상) 수상에 중요한 요건으로 보는데 나 혼자 받은 것에 김 위원장한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노벨평화상은 올림픽 금메달과 달리 수상 후에도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이 더 커집니다. 국내외의 인권과 평화,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인권위원회 법도 제정하게 됐습니다. 또 정보화 시대인 지금 전세계적으로 정보 격차가 너무 심해지고 이에 따른 빈부 격차도 한층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나 세계은행 총회 참석시엔 정보 격차 해소 문제를 제기,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 역사 교과서에 김대중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묘사되길 원합니까. ▲후세의 평가가 굉장히 어려울 정도로 여러 일을 겪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소신에도 불구, 예위해 끝까지 굴하지 않고 해나가는 사람'으로 묘사할 것입니다. (홍콩=연합뉴스) 홍덕화특파원 duckhwa@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