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집단소송제와 집중투표제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한데 한나라당이 4일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과 임태희(任太熙) 제2정조위원장 명의의 정책성명을 통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간 정부의 재벌정책을 "재벌해체론"이라고 비판하며 규제완화를 주장해 온 한나라당이 재계의 요구를 정면 비판한 것은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동안 발표된 야당의 재벌정책이 '친재벌적'으로 비쳐진다는 당내외 비판에 따른 궤도수정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한나라당은 "재벌의 투명성 강화는 당의 일관된 정책"이라며 이같은 시각을 일축했다. 재벌에 대한 자율적인 경영환경을 제약해 온 정책에 대해서는 과감한 개선을 요구하되 재벌도 '부의 세습 방지'와 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당 재벌정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만제 의장은 "우리의 기업정책이 여당측에 의해 '친재벌적'이라고 오도돼 왔다"며 "우리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경영투명성이나 대주주 비리근절 등이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환경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집단소송제나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기업은 여러가지 압박을 느끼고 때로는 번거롭기도 할 것"이라며 "그러나 기업들도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이것을 수용해야지, 오히려 반대서명운동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당 정책위의 이같은 방침은 그러나 최근의 재벌관련 정책이 여당은 물론 당내에서 조차 "친재벌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음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는 '친재벌적' 시각을 희석시키면서 서민.중산층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지도부의 의중이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