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협에 이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군사작전 지역도 북한 민간선박이 계속해서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 상선들의 우리측 영해 침범 및 NLL 통과 대책을 논의한 결과, 북한 민간선박이 우리측에 사전통보와 허가요청이 있을 경우 '사안에 따라' NLL 통과를 허용할 방침을 세웠다. 이같은 NSC의 방침에 따라 정부는 북한 상선 4일 청진2호와 백마강호가 각각 제주해협에 이어 NLL을 넘어 북측으로 귀환하는 것을 사실상 '묵인'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부시 미 행정부 출범이후 사실상 '올-스톱'된 남북경협 및 교류를 비롯한 남북관계 전반에 큰 파장과 함께,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NSC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을 놓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북한측이 비용이 적게 드는 새로운 항로를 개설하기 위해 치밀한 계산 아래 상선들이 우리 영해를 침범하고 NLL 통과를 고집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전면중단 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의 돌파구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관할구역인 NLL 이남 지역의 경우 군사작전 지역이기는 하지만, 중국 등 제3국 민간선박들은 사전통보와 허가요청을 전제로 이미 오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 민간선박들에 대해서도 앞으로 이를 준용하겠다는 얘기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방침은 군사적 긴장완화 등 남북관계의 핵심사항은 남북한과 미북 당국간 대화 재개를 통해서만 진전이 가능하지만, 남북교류 및 경협 활성화 만큼은 정경분리 원칙아래 계속해서 확산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민간선박의 NLL 통과를 허용하면 우리도 북한측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그 경우 중.장기적으로 남북한 모두 직선항로를 이용, 수송비를 크게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잇점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남북간의 인적.물적 교류의 '혈맥'으로 여겨졌던 경의선 연결 및 도로개설 작업이 '주적개념'을 빌미로 중단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NLL을 통과하는 남북해상 수송로의 개설은 경제적 효과외에 정치적 의미도 자못 크다고 하겠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사태의 진전에 따라서는 남북 해상 수송로 개설을 위한 당국자 회담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섞인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런 결정이 획기적이기는 하지만, 너무 졸속이고 북한측 의도에 너무 쉽게 양보한 게 아니냐는 시각을 비롯해 비판의 소지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비록 북한의 이번 행태에 강경하게 맞서 남북관계를 긴장으로 되돌리지 않고, 대승적 차원에서 남북관계 진전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했다고 하더라도, NSC의 결정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채 너무 조급하게 결정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무리 소강 상태에 있는 남북관계 진전의 기회로 삼고자 했더라도, 우선 군사작전 구역인 만큼 작전규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고, 추후 북한에게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협상 과정등에서 시간을 두고 개선책을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작전부대인 해군에서는 북한 상선 청진2호가 서해 소청도에서 해주쪽으로 방향을 틀어 NLL통과를 고집할 경우 '최악의 경우'까지 시나리오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군이 상부의 지침에 따라 영해를 침범한 북한 상선을 근접 감시만한 채 NLL통과를 허용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 군이 너무 정치논리에 휘둘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일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김귀근 기자 sknk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