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극한 대치상황인 가운데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 김중권 대표가 30일 성철 스님 생가복원 행사 덕분에 2번이나 자리를 가까이했다.

이 총재와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경남 사천으로 향하는 같은 비행기를 탔다.

먼저 자리에 앉아있던 김중권 대표에게 10여분 정도 늦게 도착한 이 회창 총재가 다가가 반갑게 웃으며 "오래간 만이죠"라고 인사를 건냈다.

김 대표 역시 "오랜만입니다"라고 응답.2사람은 같은 2번째줄에 앉았지만 자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 더 이상 많은 얘기를 나누진 못했다.

11시 경남 산청에서 눈발이 휘날리는 가운데 열린 성철스님 생가복원 행사장에서 두 사람은 또 자리를 나란히 했다.

그렇지만 이 총재와 김 대표는 기념축사에서 성철스님의 말을 빌어 현 정국에 대한 시각차를 보이기도 했다.

이회창 총재는 "오늘처럼 성철스님의 가르침이 절실했던 적은 없었다"며 현정권의 각종 실정을 은유적으로 꼬집었다.

그는 "성철 스님은 말씀은 삼가고 행동으로 보여줬던 분"이라며 자신이 최근 주창하고 나선 ''국민우선의 정치''를 은근히 홍보했다.

반면 김중권 대표는 "성철 스님은 큰 욕심을 부리는 것과 성내는 것이 마음의 눈을 가리는 큰 해악이라고 가르쳤다"면서 이 총재를 견제했다.

그는 "지금은 호국불교의 정신을 살려 국민화합과 남북대화를 위해 힘을 뭉칠 때"라며 햇빛정책을 비롯한 정부정책에 대한 불자들의 지지를 부탁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박준영 청와대 공보수석과 여야의원들을 비롯해 5천여명의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산청=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