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과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이어지는 경제팀 내의 이른바 ''빅3''가 전원 유임됐다.

''의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많다.

특히 이 수석은 ''신용금고 추가 퇴출,은행 추가 합병'' 발언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키는 등 잇딴 설화(舌禍)가 없지 않았다.

때문에 개각설이 나돌 때마다 ''교체 1순위''로 거론돼 오기도 했다.

이들보다 재임 기간이 짧았던 산자부를 비롯 건설교통부와 정보통신부 장관은 전격 교체됐다.

경제팀 3인방이 굳이 유임될 수 있었던 데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국내외 경제상황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적인 운영에 대한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국가부채 문제, 재정건전화 문제, 추경 편성, 경기활성화 등 현안이 너무 많아 바꿀래야 바꾸기도 어려웠다는 해석들이다.

미.일 경기불안 여파로 원화 환율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의 혼돈까지 가세하는 등 국내 경기는 한마디로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판에 경제팀의 골격을 흔들 경우 자칫 정책혼선이 빚어지고 시장에 일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던 터이기도 했다.

한계 금융기관과 기업의 지속적인 퇴출 및 정리 등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과제도 경제팀이 당장 손을 놓기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현대그룹 관계사들의 대규모 부실 정리 등은 일관성 있는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진념 부총리가 대과 없이 현안들을 정리해 왔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결국 김 대통령으로서는 ''경제팀 골격 유지''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진념 경제팀 내에서는 세율과 금리 환율 등 핵심적인 거시정책 수단을 놓고 관련 부처간 적지 않은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다.

경제팀의 팀워크 다지기가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이번 개각을 통해 과천 관가에 입성한 장재식 산자부장관 등의 향후 행동폭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세청 차장을 지낸 장 신임 장관은 여권에서 확고한 정치 기반을 갖고 있는 데다 진 부총리를 비롯한 현 장관들에게 고시 기수로는 대선배다.

진 부총리에게는 아무래도 부담스런 존재일 수 있다.

진 부총리는 올초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경제팀 수장''의 날개를 단 뒤 부처별로 현안이 생길 때마다 해당 장관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조언을 해주는 등 ''역할''에 가속도를 붙이던 참이었다.

그가 새 멤버들을 어떻게 아우르며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 나갈지 주목된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