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경희야,흑흑."

"너,내 딸 맞아?"

3차 이산가족 방문단의 일원으로 26일 평양을 방문한 이후덕(77.서울 노원구)씨는 지난 69년 KAL기 승무원으로 근무하다 납북된 딸 성경희(55)씨를 얼른 알아보지 못했다.

꽃같았던 딸이 30년 세월을 넘어 중년이 된데다 꿈같은 현실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씨는 어머니를 한 눈에 알아보고 다가온 딸 성씨를 한동안 쳐다만 보며 말을 잊지 못했다.

그러다 성씨가 "엄마, 엄마"라며 계속 부르자 그때서야 딸을 끌어안고 울음을 떠뜨렸다.

그리고는 북녘 하늘로 영영 사라진 줄 알았던 딸을 품에 안았다.

성씨가 31년만에 보는 어머니께 큰 절을 올리자 이씨는 "여기에 점이 없었는데."라며 연신 딸의 얼굴을 매만졌다.

이어 성씨가 남편 임영일씨(대학교수)와 외손녀.손자를 소개했고 사위 임씨는 "어머니 꿈만 같습니다.

맏사위 인사받으십시오"라고 인사를 했다.

어머니 허락없이 결혼한 것이 걸리는 듯 성씨가 "엄마,어때요"라고 남편에 대해 묻자 이씨는 "어떻긴, 너무 좋지"라며 기뻐했다.

이어 외손녀 소영씨가 "할머니, 인사드리겠습니다"라며 부둥켜 앉자 이씨는 "이렇게 큰 딸이 있었어"라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또 군인인 외손자 성혁씨가 거수경례로 인사할 땐 성씨가 "우리 맏아들이예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했고 이씨는 "너무 고맙다.

이렇게 손녀, 손자까지 보게 돼서."라며 감격에 젖었다.

그러나 성씨는 "할머니가 80년에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79년에 먼저 돌아가셨다"는 이씨의 말에 또다시 통곡했다.

그러자 이씨와 손녀딸도 성씨를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려 주위를 숙연케 했다.

외손녀 소영씨는 "지난해 12월30일 밤 꿈에 처음보는 키 큰 할아버지가 손을 꼭 잡더니 할머니가 평양에 온다고 알려줬다"며 "꿈이 현실로 이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성씨가 삼촌과 이모 등 친척들의 소식을 물으면서 나이를 정확히 기억하자 이씨는 "별 걸 다 기억하네"라며 신통해했다.

이씨는 "전에는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줄 알았는데,이젠 제일 행복한 어머니야. 여한이 없어"라며 "다음달 15일 서신교환때에는 이번에 찍은 사진에 편지까지 써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씨는 지난 69년12월11일 KAL-YS11기를 타고 강릉에서 서울로 향하던 중 탑승객으로 위장한 고정간첩에 의해 다른 승무원 3명 및 승객 47명과 함께 납북됐었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