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相生)의 정치''를 기치로 노익장을 한껏 과시하고 있는 자민련 김종필(JP) 명예총재의 최근 행보중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 대한 이중적 태도가 그것이다.

JP는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총재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의 ''파격''을 계기로 두 사람이 총선 이후 쌓인 앙금을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꼭 1주일뒤인 지난 22일,JP는 이번에는 이 총재를 ''거짓말쟁이''로 내몰았다.

자민련 1천5백여명의 신도들이 모인 조찬기도회 자리에서였다.

JP는 "그 사람(이 총재)과 제가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하나님은 아실 것"이라며 ''밀약설 파문''을 몰고온 지난해 7월 골프회동건을 꺼내들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두 갈래의 엇갈린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JP가 ''DJP 공조회복'' 선언을 시점으로 이 총재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것이 하나다.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6년만의 화해회동, 김윤환 민국당 대표와의 연정(聯政) 논의, 김중권 이인제 김근태 최고위원 등 민주당 차기대선주자들과의 잇단 만남 등이 이를 말해 준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두사람 사이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JP의 정치적 사고와 행보는 유연하기 때문에 미리 ''적군''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영남권 출신 한나라당 고위인사)는 얘기다.

어찌됐건 여야간 극한 대치정국의 틈새를 파고들어 또다른 정국흐름을 주도하는 JP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