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한번 보고 죽었으면 하고 평생을 바랐어.이제 정말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며칠째 잠이 안오는구만"

남측 이산가족 방북단 중 최고령자인 전희련(91·서울 중랑구 묵1동) 할아버지는 50년만에 큰아들 재원(64)씨 등 북에 두고 온 4남매를 만날 생각에 연일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평북 정주가 고향인 전씨는 지난 51년 1·4 후퇴 당시 아내 김순화(사망)씨와 재원씨 등 7남매를 남겨두고 서울로 급히 피란했다.

인민군 징용을 피하기 위해 홀로 남쪽으로 향했던 전씨는 그때가 생이별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전씨는 "당시 10세 안팎이던 7남매의 올망졸망한 모습이 평생 눈앞에서 떠나지 않았다"면서 "만난다고 하니 기쁘면서도 그 어린 것들이 벌써 셋이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전씨는 "얼마 안되는 재산이라도 다 털어 북의 자식들에게 주며 사죄하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정부가 선물을 제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