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8일 안기부 예산의 구여권 지원문제에 대해 공세수위를 조절하고 나섬에 따라 극한대립으로 치닫던 정국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여야는 이날도 선거자금 수사를 둘러싼 공방을 계속했으나 상대당 지도부에 대한 인신공격을 자제했다.

여당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피했고, 이 총재도 경제에 초점을 맞추며 ''정쟁중단''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이같은 기류변화는 여야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우선 여권으로선 여야의 ''막가파식'' 대결이 격화되면서 양비론적 여론이 확산돼 사건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수사가 지난 97년 대선까지 확대될 경우 정국이 파국으로 치달아 여권도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 같다.

한나라당의 경우 안기부의 선거자금지원 문제로 수세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일단 ''소나기는 피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와관련,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이 정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되며 당도 의혹을 추측해 제기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경론에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이 이회창 총재에 대한 공격을 피한 채 불법전용된 안기부예산의 국고환수 추진쪽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에대해 한나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비자금도 특검을 통해 조사해야 한다고 공세를 펴면서도 수위조절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

특히 이 총재는 "하루빨리 밝힐 것은 밝혀 정쟁을 끝내고 경제를 살리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강삼재 부총재는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검찰 수사가 야당을 말살하고 인위적 정계개편을 이루기 위한 것인 만큼 소환에 응할 수 없다"고 밝히고 "그러나 당에서 많은 것을 검토한 뒤 출두하라고 한다면 출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