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진도가 늦을 때는 정말 괴롭습니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22일 취임 1주년(23일)을 맞아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개혁은 혁명보다 어려운 것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 실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현실을 모른다고 하는데 이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김 대통령은 국정을 국민의 뜻에 따라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실제로 김 대통령은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서실이 김 대통령에게 직언을 못한다는 것은 ''거리''가 먼 일"이라면서 "(제가) 비서실장으로 있는 한 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침체된 경제 및 꼬인 정치와 관련, "국회가 이런 상태로 갈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여야는 동전의 앞뒤뿐만 아니라 옆면도 봐야 한다"고 ''동전 3면론''을 폈다.

정치권이 ''동전 3면의 공통분모''를 찾아낸 뒤 현실 정치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분자로 두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해답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이어 "지금 우리의 개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 실장은 "가만 있으면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라면서 "배가 가라앉으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의 사회지도층의 사정에 대해 "국가의 기강을 확립한다는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며 "꾸준히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민주당)과 행정부간의 업무 조정도 매끄럽게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한 실장은 다짐했다.

한 실장은 "차기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 사회가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것을 현명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있는 분이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단순 논리로 사안을 풀어가는 능력보다는 복합적 사고를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의 기본 자질이어야 한다는게 한 실장의 개인 생각이다.

한 실장은 지난해 11월 옷로비 정국 수습을 위한 정국 타개책의 일환으로 김중권 초대 비서실장 후임으로 임명됐었다.

''3중지퍼''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한 실장은 드러나지 않게 김 대통령의 수족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