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관계개선이 급류를 타고 있다.

12일 양측이 서로 적대적 의사를 갖지 않기로 선언하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키로 한 것은 북.미간의 관계개선이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예정돼 있다는 것은 이미 북한의 테러국지정 해제 등 양측의 현안이 상당부분 타결됐음을 의미한다.

북.미수교가 지금까지의 ''가능성''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예정대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지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미국을 답방할 가능성도 있다.

북.미 관계가 그야말로 새로운 차원에 들어선 것이다.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를 결산하면서 이날 발표된 양측의 공동성명은 획기적인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성명의 요지는 적대관계 청산과 관계정상화 및 한반도 평화보장체계 수립 등이다.

양측은 성명에서 "어느 정부도 상대방에 대해 적대적 의사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과거의 적대감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공약을 확언했다"면서 이를 ''첫 중대조치''라고 표현했다.

한발 나아가 양측은 정전(停戰)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데도 합의했다.

북.미 양측은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한 신뢰구축에도 합의했다.

이를 위해 지난 93년의 북.미공동성명과 94년의 기본합의문에 담긴 원칙과 의무를 충실히 이행키로 재확인했다.

또 북측의 주장대로 양국관계가 자주권에 대한 상호존중과 내정불간섭의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미사일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양측이 견해를 같이 한 점도 주목된다.

북측은 북.미간 미사일회담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모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에 통보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양측은 이같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관계정상화 및 교류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경제무역 전문가의 상호방문 등 실질적인 경제협력을 위한 선언적인 발판도 마련했다.

급류를 타고 있는 북.미 관계가 본격적으로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할 족쇄가 많다.

우선 그동안 미국이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옭아맸던 ''테러지원국''이라는 딱지를 떼어내는 일이 급선무다.

최대 걸림돌은 미국이 요구하는 요도호 납치 일본적군파 요원의 보호 철회(국외 추방) 문제로 양측이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사일발사 연기를 넘어 미사일개발과 수출중단에 합의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양국간 현안이 타결되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한이 서둘러 ''클린턴과 올브라이트 방북''이라는 카드에 합의한 것은 관계개선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