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등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정국이 이번주를 고비로 해빙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한빛은행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 수용'' 의사를 강력히 시사함에 따라 한나라당 일각에서 영남권 장외투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고개를 들며 국회등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영.호남을 휩쓴 태풍 피해 복구와 보상책을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입장이어서 여야 대화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6일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 나섰던 낙선자들과의 오찬회동에서 "한빛은행 사건과 관련해 국정감사든 국정조사든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여야가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조사 수용의사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특검제는 폐단이 많다. 미국에서도 안되는데 왜 하자는지 모르겠다"며 특검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국정조사''란 협상카드로 배수진을 치고 한나라당과의 대화복원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18일 총무단의 원내대책회의와 최고위원회의 워크숍을 잇따라 열어 한빛은행사건 등 정국현안에 대한 대처방안을 전면 재검토, 새로운 정국운용 카드를 마련키로 했다.

특히 한빛은행 사건과 관련, 검찰의 재조사 외에 야당등원을 전제로 한 국정조사 수용을 긍정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김 대통령의 특검제 불가 방침은 말도 안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권철현 대변인, 정창화 총무 등 고위당직자들은 17일 "국정조사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의혹 규명보다는 정치 공세에 그칠 것"이라며 특검제 실시를 거듭 촉구했다.

부산 장외집회와 관련해서도 한 당직자는 "18일 총재단회의에서 당초 예정대로 21일 강행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권에서 ''국정조사 실시''를 공식적으로 제의할 경우 한나라당 입장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고위 당직자는 사견임을 전제, "국정조사를 통해 박지원 장관의 개입의혹을 규명하지 못할 경우 다시 특검제를 요구하면 되지 않느냐"며 "우선 국정조사 카드를 받아들여 자연스럽게 국회로 등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나라당은 원내외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당안팎에서 커지고 있고 영남권 집회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당내에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장외집회를 강행할 경우 현 정부에 대해 불만이 가득찬 영남권 민심에 불을 붙여 뜻밖의 ''사고''가 유발될 경우 오히려 한나라당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견해가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를 얻어가고 있기도 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빛은행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검제 실시 여부를 놓고 여야간 물밑접촉의 결과가 주목된다"며 "이번주가 국회 파행 장기화 여부에 대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배.김남국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