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순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비서의 남한 방문으로 남북간 현안이 가닥을 잡았다.

12일,13일의 심야회동과 14일 오전 공식회담을 통해 적십자회담,경협 실무회담의 일정은 물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국방장관급 회담 날짜도 잡혔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시기가 내년봄으로 결정돼 올 가을부터 내년 봄까지 남북간 일정이 순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을 합의했나=가장 큰 성과는 역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내년 봄 답방이다.

최대 관심사였던 김 위원장의 답방시기가 결정돼 가시권에 들어옴으로써 남북관계의 지속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지난 6월 평양 방문때 같은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의 특사로 온 김 비서가 궂은 날씨를 무릅쓰고 제주,포항,경주 등을 돌아본 것은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 코스를 사전 답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는 26일 홍콩 등 제3국에서 분단사상 첫 국방장관회담을 갖기로 한 점도 큰 성과다.

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교류협력을 항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군사적 긴장완화를 논의할 자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군사당국자회담은 그간 북측이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현안이어서 구체적인 회담날짜가 잡힌 것은 큰 진전으로 평가된다.

남북은 아울러 오는 25일 경협활성화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마련을 위한 실무협상도 갖기로 했다.

또 이달중 북측이 15명의 경제시찰단을 남한에 보내기로 했다.

따라서 조만간 남북경협의 폭과 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 제2차 적십자회담을 다음주초,이르면 오는 18일 금강산에서 갖기로 한 것은 이달들어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남북관계 일정이 재가동되는 신호탄이다.

적십자회담 개최에 이어 경의선 복원 실무협상 등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남은 현안은=양측은 모든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원적 해결은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남북간 이견이 있다는 얘기다.

남측은 이산가족의 범주에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포함시키자고 주장했으나 북측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북측은 비전향 장기수의 추가 송환을 기대하고 있지만 남측은 지난 2일 전원 송환돼 재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식량차관의 규모와 시기,조건 등에 대해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완전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날짜가 확정된 행사만 해도 여럿이다.

당장 이달에는 오는 18일의 2차 적십자회담과 경의선 복원공사 착공을 시발로 조총련동포 고향방문(22~27일)과 경협실무회담(25일),국방장관급 회담(26일) 3차장관급회담(27~30일) 북측 경제시찰단 남한방문 등이 꼬리를 문다.

다음달의 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남측 관광단의 백두산 관광과 11월의 북측관광단 한라산 관광,3차 이산가족 교환방문 등으로 남북화해 열기가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회담과 행사에서 얼마만한 성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특히 긴장완화를 논의할 국방장관급 회담의 성과는 향후 남북관계 진전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측은 군사 직통전화 개설,병력이동 및 군사연습 통보,상호 군사훈련 참관,국방장관 회담 정례화 등 여러가지를 논의할 방침이지만 북측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응할 지 관심꺼리다.

적십자 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제도적 해결책을 원만하게 찾을 지도 주목된다.

특히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문제는 상당 기간 쟁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남북은 김 위원장의 답방때까지 적절히 속도를 조절하면서 관계개선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