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난 1월 창당된 뒤 7개월여만에 지도체제 정비를 완료했다.

김대중 총재-서영훈 대표최고위원-12인의 최고위원으로 이어지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당지도부의 면모를 일신, 김 대통령의 집권 2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힘찬 새출발에 나선 것이다.

새 지도부는 김 대통령의 개혁정책 마무리를 뒷받침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재집권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 두가지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위해 우선 무기력증에 빠진 당을 건져내야 하는 책무를 지고 있다.

16대 국회 출범후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면서 시종 야당에 끌려다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이 나름의 강한 지도력을 형성, 주도권을 갖고 정국을 능동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윤철상 발언'' 파문 이후 정국 돌파와 정기국회는 첫 시험대라 할 수 있다.

당내 경선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도 서둘러 풀어야 할 과제다.

경선과정에서 한화갑.이인제 의원을 중심으로 편가르기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 의원은 권노갑 고문의 측면지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권 고문과 한 의원이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한 의원측에 김근태 김중권 김기재 위원, 이인제 위원측에 안동선 정대철 의원이 직.간접적으로 연대해 상대측을 공격하는 등 감정싸움 양상까지 표출됐다.

당화합과 단결을 위해서는 이같은 갈등을 조기에 봉합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번 경선결과는 당내 역학구도에 적지않은 판도변화를 예고한다.

우선 동교동계의 분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경선에서 핵심실세인 한화갑 의원이 압도적 지지로 1위를 차지함으로써 확고한 당내 입지를 다졌다.

아울러 이인제 상임고문을 지원한 권노갑 상임고문과의 동교동계 주도권싸움에서 일단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권 고문이 지명직으로 최고위원단에 참여함에 따라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쌓인 양진영의 갈등이 내부 세확산경쟁으로 이어질 소지도 다분하다.

이인제 상임고문은 절대적인 세불리속에서 2위를 차지, 일단 민주당에 ''뿌리내리기''의 계기로 삼겠다는 당초의 목표에 만족해야 했다.

차기를 향한 최소한의 발판은 마련한 셈이다.

그렇지만 한 의원에게 크게 뒤진 2위에 그침으로써 ''이인제 대세론'' 확산에는 일단 제동이 걸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경선은 이인제 한화갑 김근태 의원 등 차기주자군이 최고위원단에 대거 포진함에 따라 대선고지를 향한 뜨거운 물밑 경쟁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한화갑 의원계와 이인제-권노갑 고문계의 주도권경쟁이 불거질 개연성도 다분하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