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 시인 >

고향 옛집에는
누가 아직 남아 기침을 하고 있는지요
어머니 몸 안의 그 많던
금빛 둥근 달들은 다 어디로 가고
이렇게 작아지고 가벼워졌나요
어머니, 마침내 저 돌아왔어요
엄지 손톱만한 어머니 색바랜 사진 품고
어머니 무명지에 끼워드릴 금가락지 품고
막힌 땅 놔 두고 하늘길로 왔어요
어머니, 마침내 저 돌아왔어요
고향의 옛강 흐르는 이 곳
죽음으로라도 가리라던 이 곳
그 낮과 밤이 뒤바뀌어 흐른
離散 오십년 세월은
어느덧 열여덟 살 소년을
칠순을 바라보는 노인이 되게 했군요
이산의 세월이 키운 것은
청산의 어린 것들과
지어미와 지아비의 주름만이 아니라
허송세월의 캄캄함
저 산하에 버려진 무수한 무덤들

어머니, 불러 놓고도
한없이 목만 메이는 어머니
저 눈부신 극채색의 꽃을 피우신 것은
분명 어머니의 지극한 기다림이겠지요
꽃 시절 다 흘려보내고
백발에 주름 투성이가 된 저를 만나
오오, 내 아들! 하고
알아보시기나 할지 염려했지요
어머니, 늙은 아들 손만 잡고 우시네
바짝 마른 손으로
주름 가득한 아들 얼굴 더듬으며
한없이 울기만 하시네
어머니, 부디 눈물은 거두시고
제가 소년이었던 그 옛날처럼
말없이 저를 으스러지게 안아주셔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