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산가족들이 15일 서울과 평양에서 감격적으로 상봉했다.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서로간의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해결키로 합의한지 꼭 두달만이다.

이번에 방문한 인원은 각각 1백명씩에 불과하지만 지난 85년 이래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될 만하다.

특히 남북한이 이번 방문단 교환을 속전속결로 처리해온 것은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대한 양측 당국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양측은 6.15선언 이후 보름도 지나지 않아 적십자 회담을 열었고 단 한차례의 회담에서 방문단 교환에 관한 구체적 절차에 합의했다.

이후 진행된 생사확인 등의 과정도 유례없이 신속하고 순탄하게 진행됐다.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지 않고 결과를 중시하는 생산적인 태도로 회담을 이끈 결과다.

방문단 교환이 이번으로 그치지 않고 정례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최근 북한을 방문한 남한 언론사 사장단에 "9월과 10월에도 한차례식 방문단을 교환하고 내년에는 가정방문도 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내년부터는 이산가족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해결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전향적 태도다.

김대중 대통령도 지난 14일 남측 방문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상호방문, 면회소 설치, 편지왕래, 고향방문 등에 그치지 않고 가족이 다시 결합하는 데까지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다음달로 예정된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시기와 장소 뿐만 아니라 정례적 상봉문제도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다음달 초 장기수 송환과 추석을 전후한 재일동포 고향방문 등과 더불어 인도적 문제해결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될 전망이다.

미주 등 일본 이외의 해외교포들도 북한의 고향을 방문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인도적 문제해결을 위한 조치가 여러 갈래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의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말 제2차 남북장관급 회담에 이어 다음달에는 남북간 중요한 이벤트가 꼬리를 물 예정이다.

다음달 초에는 미국 뉴욕의 유엔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김 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 자리에선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두번째 남북외무장관 회담을 갖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다.

김용순 대남담당비서의 서울방문도 예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달 제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한 경의선 복원을 위한 기공식이 추석을 전후해 열릴 전망이다.

또 김 위원장의 말대로 될 경우 다음달 말엔 2차 방문단 교환도 있게 되고 3차 장관급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번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은 인도적 문제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의 해결전망을 밝게 해주는 징표로 해석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